» 연이은 부동산 규제…정부, 다음 카드는 ‘보유세 강화’ 만지작

연이은 부동산 규제…정부, 다음 카드는 ‘보유세 강화’ 만지작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 4개월 만에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규제 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에 이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까지 연이어 발표됐지만, 시장의 기대심리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의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CSI)는 122로 전월(112)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1년 10월 이후 4년 만의 최고치로,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되레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잇달아 수요 억제형 규제를 쏟아냈다. 지난 6월에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일괄 6억 원으로 묶고,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도 2억 원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거래량 급감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보였다.

9월에는 공급 확대 대책을 내놨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공급하고, 정비사업 절차를 완화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단기적 시장 안정 효과는 미미했다. 이어 발표된 10·15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투기과열지구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며 수도권 전역이 사실상 ‘규제지대’로 묶였다.

그 결과 부동산 중개업소 현장에서는 “급매물 문의조차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투기 수요는 억제됐지만, 실수요자와 생애 최초 구입자까지 거래가 막히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집을 못 사게 막는다고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는다”며 “결국 거래만 사라지는 비효율적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꺼낼 다음 수단으로 ‘보유세 강화’가 거론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보유세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1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로, 이를 80%로 조정할 경우 보유세 부담이 약 25% 늘어난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95%까지 올렸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은 세금 논의에 신중한 태도다. 한 여당 관계자는 “부동산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세제 인상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OECD 주요국에서는 보유세 인상이 주택가격 안정에 일정한 효과를 보인 사례도 있다. GDP 대비 보유세 비율이 1%p 높아지면 실질 주택가격 상승률이 평균 1.15%p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예외 규정이 많아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이후에도 세율 인상이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이 단독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세금만 올리면 매물 잠김(록인효과)으로 거래가 더욱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보유세 인상은 다주택자에게 매도 압박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양도세 완화나 거래세 조정이 병행돼야 시장이 순환된다”고 말했다.

정책 실효성과 별개로, 국민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유세로 확보한 재원을 임대주택 건설이나 청년·무주택자 주거 지원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보유세 논란의 핵심은 ‘얼마를 걷을까’보다 ‘왜 걷는가’에 있다”며 “정부가 부동산 불평등 해소라는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일관된 세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규제 피로감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