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달러 가치는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정학적 긴장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가 겹치며 투자자들의 자금이 달러에서 귀금속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CNBC 등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2.4% 오른 온스당 약 5102달러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역시 전 거래일보다 2.1% 상승한 온스당 5082.50달러로 마감했다.
은 가격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국제 은 현물 가격은 10% 넘게 급등해 온스당 117.69달러까지 치솟았다. 은 현물 가격은 지난 23일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00달러를 넘어선 이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달러는 약세 흐름이 뚜렷하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57% 하락한 97.04를 기록하며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엔화는 달러당 153.3엔까지 오르며 하루 최대 1.6% 강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미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유럽 관세 이슈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의 대중 무역 협상 이행 시 100%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지정학·통상 리스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당국이 과도한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달러 약세 압력을 키우고 있다. 환율 변동성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며 투자자들이 헤지 수단으로 귀금속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UBS 자산운용의 에반 브라운은 “미국 정부가 달러 강세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시장에 전달되고 있다”며 “달러의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고 약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의 예산 협상 난항으로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가 거론되는 점도 달러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고 각국 중앙은행과 소비자들의 금 수요가 확대될 경우 금값이 중장기적으로 온스당 60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헤라우스 메탈스의 알렉산더 줌프테는 “달러나 금융자산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경우 금값의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면서도 “상승 국면에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