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서울뉴스통신】 학교에서 전 과목 낙제점인 '가'를 받은 학생이 다음 학기에 전교 1등을 하겠다고 큰소리친다면, 이를 믿어줄 선생님이 몇이나 될까. 격려는 해줄지언정, 속으로는 '현실 파악부터 하라'며 혀를 찰 것이다.
지금 한국관광공사의 모습이 딱 그렇다.
한국관광공사가 2028년까지 외래 관광객 3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화려한 청사진을 내놨다. 신임 박성혁 사장은 AI와 데이터 기반의 대전환을 외치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 화려한 구호 뒤에 감춰진 공사의 성적표는 처참하기 그지없다. 기획재정부 주관 '2024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공사가 받아든 성적은 최하위인 'E(아주 미흡)' 등급이다.
경영평가 E등급은 단순한 부진이 아니다. 기관의 리더십, 경영 효율, 사업 성과가 총체적 난국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2년간 공사는 수장의 중도 사퇴와 대행 체제를 겪으며 '식물 공사'나 다름없었다. 컨트롤타워가 없는 사이 조직의 기강은 해이해졌고, 관광 정책은 표류했다. 그 결과가 바로 '낙제점'이다.
그런데 반성문부터 써야 할 시점에 뜬금없이 '3000만 유치'라는 거창한 숫자를 들고 나왔다. 지난 10년, 역대 사장들이 줄기차게 외쳤던 '2000만 명'의 고지조차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조직이, 갑자기 목표치를 50%나 올려 잡은 것이다. 이는 야망이 아니라 '기만'에 가깝다.
관광산업의 현실은 냉혹하다. 메르스, 사드, 코로나19 등 외부 변수가 터질 때마다 한국 관광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공사는 그때마다 뚜렷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야놀자리서치의 보고서처럼, 내국인은 썰물처럼 해외로 빠져나가고 외국인은 서울에만 바글거리는 '기형적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밑 빠진 독'을 수리할 생각은 않고, 물만 더 들이붓겠다고 외치는 꼴이다.
박성혁 사장이 지금 쳐다봐야 할 곳은 허공에 뜬 '3000만'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부끄러운 'E등급' 성적표다.
수치 부풀리기로 윗선의 눈을 가리고 국민을 현혹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 공사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라, 처절한 자기반성과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이다. 기본도 못 하는 조직이 대박을 터뜨릴 수는 없다. 공공기관으로서의 신뢰, 즉 '기본'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3000만 유치 목표는 그저 공허한 몽상(夢想)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관광공사는 기억해야 한다. 국민과 관광업계가 바라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숫놀음이 아니라, 내실 있는 경영과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