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신화/서울뉴스통신】 권나영 기자 = 이른 아침 주방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집안 가득 떡국향이 맴돈다. 지난 2018년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장나(張娜) 씨는 아이를 출산한 후 올해 한국에서 세 번째 춘절(春節·음력설)을 맞았다.
“작년에는 딸이 제사에 참여해 술을 올리고 절만 했지만, 올해는 아이가 자라 제사 음식 준비에도 함께 했습니다.” 장 씨는 춘절 당일날 아침 일찍 한국 시댁 식구들 모두가 분담해 제사 음식을 준비하고 어른들께 세배를 드린 다음 함께 식사를 한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매년 춘절이면 춘롄(春聯·음력설 대문이나 기둥에 붙이는 글귀)을 붙이고 자오쯔(餃子·교자)를 빚으며 폭죽을 터뜨리는 등 흥겹고 화려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반면 한국은 설날 아침 엄숙하게 제사를 드리며 추모의 시간을 갖는다.
장 씨는 한국의 제사는 매우 엄숙하고 절차 하나하나마다 조상에 대한 존경이 담겨 있다며 한국의 설 분위기에서 의례적 엄숙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의 일원이 된 그는 이러한 차이를 실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문화적 융합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예전엔 춘절 전날인 섣달그믐 밤에 자오쯔를 빚었다면, 이제는 떡국을 먹으며 한국 설 풍습을 더 많이 따르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빨간색 전통’만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면서 길함과 경사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섣달그믐에 남편과 아이에게 빨간 속옷과 양말을 입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절 예절에서도 문화적 융합이 이뤄진다. 중국에선 어른들께 축복을 전하고 세뱃돈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른들께 큰절로 세배를 드린다. 이때 장 씨는 세뱃돈을 붉은 봉투에 담아줌으로써 중국식 요소를 한국 명절 예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춘절 식탁은 문화 융합이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장 씨 가족은 제사 음식을 준비한 뒤 모두가 함께 둘러앉아 명절 음식을 나눈다. 장 씨는 특별히 중국 음식을 고집하지는 않지만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분위기는 중국 춘절의 가족 식사 속 정서적 핵심과도 맞닿아 있다.
덕분에 장 씨의 아이는 중·한 두 나라의 문화를 모두 체험하면서 자랐다. 그는 아이가 중국에서 춘절을 보낼 때 춘롄 붙이기, 불꽃놀이 구경, 친지 방문 등을 하며 떠들썩한 분위기에 흠뻑 빠져 몹시 신나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겪은 장 씨는 ‘가족 모임’에 대해 더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서로 다른 두 나라의 명절 풍습을 이해하고 두 문화에 담긴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야말로 다문화 가정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장 씨는 내년에는 아이와 함께 중국 동북 지방에서 춘절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에게 본고장인 중국 춘절 문화를 직접 경험하게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아이가 많이 컸으니 이제 중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북 지방의 춘절 분위기를 통해 제가 어릴 적 느꼈던 춘절의 즐거움을 아이도 느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 씨는 춘절이 중·한 두 문화를 잇는 가교로서 단순한 가족 모임의 명절을 넘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창구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친구들이 한국 설에 담긴 조상에 대한 공경과 제사의 의미를 더 많이 알게 되길 바라고, 한국 친구들도 중국 대가족이 한데 모이는 활기찬 분위기를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