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 의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FP/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례 없는 리더십 공백 우려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해임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후보자의 상원 인준도 불확실한 상태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정해진 시점에” 의장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경우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제때 떠나지 않는다면 나는 그를 해임해야 할 것”이라며 “그를 해임하는 것을 그동안 자제해왔고 실제로 해임하고 싶었지만 논란을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논란을 원하지 않지만 그는 해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한 파월 의장을 해임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앞서 파월 의장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기자회견에서 “법무부의 수사가 투명하고 확실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이사회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다”며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후임자가 확정되지 않으면 한시적으로 의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과다 사용 의혹과 관련한 수사가 종료되지 않을 경우, 이사 임기가 남아 있는 동안 연준을 떠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필요할 경우 한시적으로 의장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파월 의장은 수사 종료 이후 이사직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연준과 국민에게 무엇이 최선인지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를 중단하기보다는 파월 의장이 이사로 남는 상황을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며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의장으로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무능 때문이든, 부패 때문이든, 아니면 둘 다 때문이든 밝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수사 지속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연준의 근거 법률인 연방준비법은 이사회 구성원이 임기 만료 이후에도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의장직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임시 의장직 수행을 중단시킬 권한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자(사진=로이터/연합)
이런 가운데 워시 후보자의 상원 인준 역시 여전히 불투명하다. 연준 의장 인준은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를 거쳐 본회의 표결로 확정된다. 워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오는 21일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은행위 소속 공화당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파월 의장 관련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워시 후보자 인준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공화당이 은행위에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틸리스 의원이 반대할 경우 인준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인준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워시 후보자의 의장 인준 지연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틸리스 의원은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워시 후보자를 “완벽한 후보”라고 평가하면서도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가 종료되기 전까지 인준 표결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검찰 조사 변수가 없더라도 워시 후보자의 청문회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출렁이는 상황에서 연준의 독립성과 금리 정책을 둘러싼 강도 높은 질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정 역시 촉박하다. 청문회가 열리는 4월 21일부터 파월 의장 임기 종료일인 5월 15일까지 남은 기간은 24일에 불과하다. 이 기간 상원 회기일도 13일뿐이어서, 모든 인준 절차를 마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