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너지대전환·코스닥 성장주 ‘3대 유망업종’ 부각
UAE OPEC 탈퇴…전쟁 이후 유가 상단 낮출 구조적 변수
미·중 정상회담·연준 새 의장·이란 2차 협상 ‘빅이벤트’ 대기
▲사진=제미나이
4월 마지막 거래에서 국내 증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코스피의 방향성이 여전히 위쪽을 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이익 모멘텀과 풍부한 대기 자금이 지수 하단을 견고하게 받쳐준다는 분석이다. ‘Sell in May(5월에는 주식을 팔고 떠나라·셀 인 메이)’라는 계절적 우려와 달리, 시장의 체력은 여전히 탄탄하다는 진단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 넘게 빠진 6598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 초반 분위기는 달랐다. 특히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주가 일제히 뛰었다. 전날 밤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 4곳이 나란히 실적 서프라이즈를 내놓으면서다. 이에 코스피는 장중 6750포인트를 넘어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4거래일 연속 신고가였다.
하지만 오전 11시를 넘어서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이란 봉쇄 연장 준비를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고, 브렌트유가 순식간에 배럴당 123달러를 돌파했다. 4년이내 최고치 기록이다. 외국인은 1조4000억원 넘게 팔아치우며 순매도로 돌아섰고, 연속 신고가 랠리는 막을 내렸다. 전선·전력설비 등 주도 테마는 상승폭을 유지했지만 반도체 대형주는 하락 전환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큰 그림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삼성증권은 2020년 이후 코스피의 5월 평균 수익률이 꾸준히 플러스를 기록해왔다는 점을 들어 계절적 하락론을 일축했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요동치는 국제 정세를 감안할 때 5월 초반 일시적인 숨 고르기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전술적인 비중 조절과 차익 실현은 유효하지만, 시장을 완전히 이탈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지수가 최고점을 경신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나온다. 통상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면 증시가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가는 정책 모멘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복상장 원칙금지·의무공개 매수 도입 등 거버넌스 개선책을 비롯해 코스닥 1·2부 개편,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출시 등 시장 활성화 조치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6월에는 정부의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발표도 예정돼 있다. 신영증권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7배 초반에 불과해 -1 표준편차와 10년 평균을 모두 밑돌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실적 모멘텀이 소멸되더라도 정책이 지수 하단을 지지해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PER은 아직도 싸다”며 “어닝 모멘텀 소멸에 따른 지수 소강상태 진입가능하나 정책 모멘텀이 지수의 하단을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어닝 시즌에서 반도체 업종의 이익 추정치는 눈에 띄게 올라갔다. 삼성전자는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고객들이 공급 부족을 우려해 2027년 수요를 미리 접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도 올해 전년의 3배 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삼성전기도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AI 서버향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주잔고가 1 이상을 유지하며 하반기 가격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4월 한 달 반도체 업종의 이익 추정치 상향폭은 55%를 넘어 전 업종 가운데 단연 1위였다. IT하드웨어·기계·조선 업종도 줄줄이 추정치가 올라갔다.
유가 변수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OPEC 탈퇴를 선언하면서 원유시장 판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UAE 국영석유회사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는 내년까지 하루 생산능력을 500만 배럴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쿼터 체제에서 벗어나는 순간 이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UAE 탈퇴는 당장의 저유가 뉴스가 아니지만, 전쟁 이후 유가의 상단을 낮추는 구조적 뉴스”라며 “한국은 구조적으로 에너지 수입국인 만큼 UAE 탈퇴가 중장기 유가 상단을 낮춘다면 원유 수입단가 하락은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4~15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리고 이란과의 2차 협상이 재개된다면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걷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최근 양국 간 외교 마찰이 이어지면서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파월 의장은 “다음 방향은 인하”라는 말을 남겼다. 신임 의장으로 내정된 케빈 워시가 오는 15일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미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 여부에도 시선이 쏠린다.
증권가는 반도체와 전선·전력설비 등 에너지 대전환 관련주,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코스닥 성장주를 5월 유망 업종으로 꼽고 있다.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기간 동안 견조한 이익 모멘텀에 집중하며 주도 업종의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라며 “업종 순환매 흐름이 당분간 이어지며 증시 하단은 견고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