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사라졌다”…기후변화가 만든 ‘역대급 일교차’ [이슈+]

“봄이 사라졌다”…기후변화가 만든 ‘역대급 일교차’ [이슈+]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놀이장에서 어린이들이 더위를 식히는 모습

미국 북동부에서 ‘역대급 일교차’가 속출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3~4월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날이 잇따르며 봄 날씨에 이상 신호가 켜졌다. 특히 4월의 경우 낮에는 때 이른 더위가 나타나는 반면 아침·밤에는 기온이 크게 떨어지며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는 등 하루 사이 기온 변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으로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고, 소비자들이 더 이른 시기에 여름용 제품을 구매하는 등 봄을 체감하는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심한 기온 변동이 기후변화 영향이 본격화된 결과라고 진단한다.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뉴욕시에서는 오후 4시 기온이 섭씨 23도를 기록해 12시간 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했다. 같은 달 13일에는 낮 최고 기온이 26도로 밤 최저 기온보다 17도 높았고, 4일에는 기온이 23도에서 6도로 급락했다. 이러한 수치는 뉴욕 센트럴파크 기상관측소의 평균 일일 변동 폭(약 9도)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최근 들어 확대되는 추세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로완대학교 소속 기상학자이자 기후과학자인 안드라 가너는 2024년 발표한 연구에서 1950년부터 2019년까지 뉴저지 지역의 늦겨울과 봄철 기온 변동성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상 16도 이상에서 영하로 떨어지는 극단적인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큰 일교차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에서 일교차가 10도를 넘은 날은 31일 중 20일에 달했으며, 3월 23일에는 최고 20.1도, 최저 4.5도로 일교차가 15.6도를 기록했다.

지난달 역시 일교차가 10도를 넘은 날이 30일 중 22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일교차가 15도 이상 벌어진 날은 6일에 달했으며, 지난달 13일에는 최고 27.4도, 최저 9.7도로 일교차가 17.7도까지 확대됐다.

봄철은 원래 일교차가 큰 시기지만 최근에는 봄이 더 이른 시기에 시작되는 동시에 최고·최저 기온 간 격차까지 확대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평균 기온이 7.4도를 기록해 9년 연속 평년(6.1도·1991∼2020년 평균)보다 높은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상·중순 기온은 각각 4.5도와 6.2도였지만, 하순 기온이 11.1도를 기록하면서 전체 평균기온을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조지아대학교 대기과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셜 셰퍼드는 “봄철 기온 변동 자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극단성이 더 커졌다”며 “이는 기후변화에서 예상됐던 특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61년 이후 전 세계 60% 이상 지역에서 급격하고 빈번한 기온 변동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11월 등록된 또 다른 연구 결과에서는 이러한 극단적인 기온 변화가 독립적인 이상기후 현상임에도 상대적으로 간과돼 왔다며, 이번 세기 동안 발생 빈도와 강도가 약 20%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우드웰 기후연구센터의 제니퍼 프랜시스 선임 연구원은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기온 급변 현상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일반화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달 4월 24일 폭염 속 휴식을 취하는 인도 근로자들. 이날 인도 최고기온이 39도로 예보됐다(사진=EPA/연합)

블룸버그는 이른 시기의 고온이 이른바 ‘가짜 봄(false spring)’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식물이 평년보다 일찍 생장을 시작했다가 늦봄 한파를 맞아 피해를 입는 현상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발생한 서리는 뉴욕과 미 중부 지역 농가의 작물 피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23년에는 조지아주에서 3월 한파로 복숭아 작물의 최대 98%가 피해를 입었으며, 피해 규모는 약 1억2000만 달러에 달했다.

현재까지는 이른 봄이 3월 식물의 조기 발아와 개화를 유발하는 수준이지만, 향후 기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이러한 현상이 2월로 앞당겨지면서 작물 피해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가너는 경고했다.

기온 급변 현상은 소비 패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날씨에 민감한 에어컨, 선풍기, 바비큐 그릴 등의 수요가 올해 이례적으로 이른 시점부터 증가하고 있다.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등을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이례적인 고온에 대응해 경쟁사보다 빠르게 봄·여름 상품을 출시했다.

데이터 분석 기업 플래널리틱스의 에반 골드 글로벌 파트너십 총괄 부사장은 “현재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데이터에서도 그 변화가 확인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