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톈탄 공원에서 악수하는 미중 정상(사진=UPI/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중 3일차인 15일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일정을 이어간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의 관저와 집무실이 있는 중난하이에서 시 주석과 티타임을 가진 뒤 오찬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시 주석과 약 135분간 정상회담을 갖고 관세·무역, 이란, 대만,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양국은 미중 관계 안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경제·무역 협력 확대와 중동 정세 관리 필요성 등에 의견을 같이했다.
시 주석은 공개 모두발언에서 “양국의 성공은 서로에게 기회이며 양국 관계의 안정은 세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아질 것”이라며 “우리는 함께 환상적인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진 국빈 만찬에서도 양국 정상은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충분히 양립 가능하며 서로의 성취는 세계를 이롭게 할 것”이라며 양국의 공존 가능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구”라고 부르며 “중국 대표단과 매우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회의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또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오는 9월 24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글을 올려 “시 주석은 내가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을 축하해줬다”며 “2년 전만 해도 미국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고 이에 대한 시 주석의 평가에 동의한다”고 적었다. 이어 “지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나라가 됐으며 중국과의 관계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좋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상호 관세 인하나 대만 문제 관련 구체적 합의, 이란 문제 해법, 공동성명 발표 등 구체적인 성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미중 정상회담(사진=AP/연합)
미국 백악관은 전날 회담 결과와 관련해 세계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필요성에 양국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또 시 주석이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원유 구매 확대에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 보잉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산 여객기를 구매하는 사례다.
그러나 보잉이 중국에 500대 이상의 항공기를 판매하는 대규모 계약 체결에 근접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점을 감안했을 때 시장 기대에는 못 미치는 규모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보잉 주가는 5% 가까이 급락했다.
방중에 동행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5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전날 회담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그리어 대표는 이번 회담에서 매우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며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논의도 많았다”고 평가했다.
그리어 대표는 “현재 미국 측 메시지는 실용주의와 관계 안정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상황이 원만하게 이어질 경우 양측 모두 기존 무역 휴전을 지속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어 대표는 특히 “이번 방문을 계기로 향후 3년간 매년 수백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는 대두뿐 아니라 다양한 농산물을 모두 포함한 전체 규모”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과의 경쟁 자체가 아니라 미국의 우선순위에 초점을 맞추고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재조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일정 수준의 관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무역(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는 수주 내 공개될 예정이지만 중국 관세율을 다른 동맹국과 직접 비교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15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하는 제이미 그리어슨 USTR 대표(사진=화면캡쳐)
중국의 희토류 수출 문제와 관련해서는 상황이 다소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정상화 조치에 대해 “합격점(passing grade)을 줄 수 있다”며 “희토류 공급이 이전보다 더 나은 수준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리어 대표는 또 엔비디아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는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가 아니었다며 중국 기업들의 엔비디아 H200 칩 구매 여부는 “중국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통행료 부과나 군사 통제 없이 개방 상태로 유지되길 원하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이 이란 문제에 대해 매우 실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중동 지역의 평화를 원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심 갈등 현안으로 떠오른 대만 문제와 관련해 그리어 대표는 회담 내부 분위기가 외부에 알려진 것만큼 강경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대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라며 “대만 문제가 무역 논의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NBC 인터뷰에서 “중국 측은 항상 대만 문제를 제기한다”며 “미국은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설명한 뒤 다른 의제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은 또 “중국이 대만과의 재통일을 강제로 추진하려 한다면 이는 중국에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그에 따른 파장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시 주석은 전날 비공개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는 전반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충돌하거나 심지어 분쟁으로 이어져 전체 미중 관계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대만 문제에 대한 경고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이로써 13일 밤 시작된 2박 3일 방중 일정도 마무리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