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A홀에서 열린 ‘제47회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26)’ 수질관에서 참관객들이 수처리 설비와 환경플랜트 관련 기술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 A홀에 들어서자 대형 수처리 설비와 배관, 밸브, 송풍기, 침전지 모형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시장 곳곳에는 정수장과 하수처리장, 산업폐수처리장, 바이오가스 시설 등에 적용되는 설비와 공정 기술이 배치돼 있었다. 겉으로는 환경산업 전시회였지만, 현장을 채운 기술의 상당수는 플랜트 산업과 맞닿아 있었다.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인공지능(AI)이 수질을 예측하고, 송풍기와 약품 투입량을 자동 제어하며, 고효율 산기관과 터보블로워가 전력 사용량을 낮추는 방식의 기술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환경플랜트 산업이 시공 중심에서 운영 효율, 에너지 절감, 탄소저감 성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A홀에서 열린 ‘제47회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26)’ 전시장에서 참관객들이 기후테크·측정분석·수처리 관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7회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26)’에서는 수처리와 폐수처리, 정수장 자동화, 바이오가스, 탄소관리 등 플랜트 관련 기술이 대거 소개됐다. 올해 행사는 26개국 316개 기업, 655개 부스 규모로 열렸고 수처리·대기오염방지·자원순환 등 전통적 환경기술뿐 아니라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수소·연료전지, AI 기반 환경관리 기술까지 폭넓게 전시됐다.
전시장 분위기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수처리 설비의 디지털 전환이었다. 과거 정수장과 하·폐수처리장이 토목 구조물과 기계 설비 중심의 플랜트로 인식됐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센서와 데이터, AI를 활용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K-water관’을 통해 물관리 디지털트윈(DT), AI 정수장, 스마트관망관리(SWNM) 등 주요 물관리 기술을 선보였다. 물관리 디지털트윈은 댐·정수장·상수관망 등 실제 물관리 시설을 가상공간에 구현하고, 센서와 AI를 통해 운영 상태를 실시간 분석·예측하는 기술이다. 누수, 수질 이상, 홍수 위험 등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어 향후 정수장과 광역상수도 운영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하·폐수처리 플랜트 분야에서는 AI 기반 운영 최적화 기술이 눈에 띄었다. AI 수처리 솔루션 기업 유앤유는 수질 예측, 송풍기 제어, 약품 투입량 최적화를 지원하는 통합 운영 솔루션을 공개했다. 광학식 센서와 머신비전 기술을 활용해 플록 상태와 수질 변화를 실시간 계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정 운전을 자동 제어하는 방식이다.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A홀에서 열린 ‘제47회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26)’ 한국수자원공사관에서 참관객들이 물관리 디지털전환 및 수처리 관련 기술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현장 관계자는 물속 입자의 크기와 개수, 면적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장비를 설명하며 “운영자가 경험적으로 판단하던 약품 주입량을 데이터 기반으로 결정할 수 있고, 자동 제어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송풍기 가동과 약품 투입이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인건비와 전력비, 약품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플랜트 기자재 영역에서는 에너지 절감형 설비가 주목받았다. 하·폐수처리장에서 폭기 공정은 전력 사용 비중이 큰 핵심 공정이다. 이 때문에 산기관과 송풍기 효율 개선은 곧바로 운영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아쿠아웍스는 기존 산기관의 한계를 개선한 고효율 산기관을 선보였다. 회사 측은 해당 제품이 산소전달 효율을 높여 폭기조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과 질소 처리 부하 대응력을 높이고, 폭기조 소요 부지도 기존 대비 5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지 확보가 쉽지 않은 노후 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이나 산업단지 폐수처리장 고도화 사업에서 적용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A홀에서 열린 ‘제47회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26)’ NS 부스에 공기베어링 기반 터보블로워 등 수처리 플랜트용 고효율 송풍 설비가 전시돼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터보블로워 기술도 플랜트 운영비 절감 수단으로 제시됐다. 앤에스(NS)는 오일과 윤활유를 사용하지 않는 공기베어링 기반 터보블로워를 전시했다. 해당 장비는 기존 루츠 블로어 대비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고 소음·진동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하수처리장과 폐수처리장 등 환경플랜트 적용 가능성이 강조됐다. 실제 해외 수질 정화 사업에 적용된 사례도 소개되며 국내외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였다.
토목·건설공사와 연계 가능한 침전지 운영 장비도 소개됐다. 동양수기산업은 응집기, 농축기, 슬러지 수집기 등 수처리 공정 전반에 적용되는 설비를 선보이며 건설사 및 플랜트 시공업체와의 협업 사례를 강조했다.
동양수기산업 관계자는 “건설사가 수처리 공사나 폐수처리장 공사를 수행할 때 공정별 기자재 업체를 선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당사 제품이 함께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응집·침전·농축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하이브리드형 슬러지 수집기 작동 방식도 소개됐다. 침전지 바닥에 쌓인 침전물을 장비가 로프 구동 방식으로 이동하며 수거하는 구조다. 기존 일반형 장비가 하나의 구동 방식으로 운전되는 것과 달리, 하이브리드형은 수직 이동 기능을 담당하는 대차와 흡입 기능을 담당하는 대차를 분리해 운전한다. 두 기능을 나눠 적용함으로써 침전지 내 슬러지 수거 효율과 설비 운전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침전지는 정수장과 하·폐수처리장 등 수처리 플랜트의 핵심 공정 중 하나다. 원수나 폐수에 포함된 부유물질을 가라앉힌 뒤 이를 안정적으로 걷어내는 과정이 처리 효율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슬러지 수집기와 응집기, 농축기 등 기자재 성능은 플랜트 시공 이후 운영비와 유지관리 효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A홀에서 열린 ‘제47회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26)’ 동양수기산업 부스에 침전지 내 슬러지를 수거하는 하이브리드형 침전장치가 전시돼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산업용수와 폐수처리 플랜트 분야에서는 씨제이케이(CJK)의 통합 수처리 솔루션도 눈에 띄었다. CJK는 공정 설계부터 설비 제작, 시공, 운영까지 아우르는 산업 수처리 기술을 선보였다. 반도체, 이차전지, 석유화학, 발전소 등 대규모 산업시설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폐수와 공정수를 대상으로 맞춤형 처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사는 이번 전시에서 산업 현장의 수질 안정성 확보, 폐수 재이용, 고농도 폐수 처리, 무방류(ZLD), 자원회수 공정 등을 중심으로 산업 수처리 플랜트 기술을 소개했다. 특히 UF, RO, 고회수 RO, 증발농축, 결정화, 자원회수 공정을 현장 조건에 맞게 조합해 고객사의 수질 기준과 운영 조건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CJK의 수처리 플랜트 기술은 단순한 오염물질 제거를 넘어 공정수 재이용률을 높이고 폐수 배출량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산업단지와 제조공장의 물 사용량 관리, 폐수처리 비용 절감, ESG 대응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고도처리와 재이용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시 현장에서는 이차전지 폐수 처리 및 자원화, 해수담수화 농축수 자원회수, 고농도 염폐수 무방류 처리, 산업용수 재이용 시스템 등이 주요 사업 사례로 제시됐다. 특히 이차전지와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에서는 공정 특성상 고농도·고난도 폐수가 발생하는 만큼, 막분리와 화학처리, 증발농축, 결정화 공정을 결합한 플랜트 설계 역량이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A홀에서 열린 ‘제47회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26)’ CJK 부스에서 참관객들이 산업용수·폐수처리 플랜트 설비와 수처리 약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이 같은 변화는 건설업계의 사업 영역과도 맞물린다. 노후 상하수도 시설 현대화, 산업단지 폐수처리 고도화, 음식물·하수슬러지 기반 바이오가스 확대, 탄소중립형 공공시설 발주가 이어지면서 환경플랜트는 향후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특히 공사비 상승과 운영비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발주처는 단순 시공비보다 생애주기비용(LCC), 전력 사용량, 유지보수 편의성, 탄소배출 관리까지 포함해 사업성을 따지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 국면에서는 발주처가 단순 시공비만 보지 않는다”며 “생애주기비용, 전력 사용량, 유지보수 편의성, 탄소배출 관리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플랜트 분야 전문가도 이번 ENVEX 2026이 환경플랜트 산업의 전환 방향을 보여준 행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환경플랜트의 경쟁력은 이제 처리용량이나 설비 규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AI가 수질을 예측하고 송풍기와 약품 투입을 자동 제어하며, 산기관과 블로워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바이오가스 설비가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과 도시 인프라 투자가 맞물리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얼마나 빨리 기술을 상용화하고 공공 발주와 연결하느냐가 향후 시장 확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