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관세 정책으로 촉발된 글로벌 증시 하락을 틈타 주식을 대거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상호관세’ 충격으로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해 4월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CNBC 등이 최근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례 재정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만1000건이 넘는 증권 거래를 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재임 4년 동안 한 주식 거래가 13건에 그친 것과 대조적인 수준이다.
전체 거래의 약 4분의 1은 단 10거래일에 집중됐다. 특히 상당수 거래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 등 주요 정책을 발표한 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시기에 이뤄졌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실제 관세 정책이 시장을 뒤흔들 때마다 대규모 거래가 이어졌다.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발효를 하루 앞둔 지난해 2월 3일에는 614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30일간 유예했다. 유예 기간이 종료되면서 관세가 시행된 다음 날인 지난해 3월 5일에는 하루 기준 가장 많은 640건의 거래가 집행됐다.
상호관세 충격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지난해 4월에도 대규모 매수가 이어졌다. 상호관세 발효를 하루 앞둔 지난해 4월 8일 집계된 주식 매수 건수는 327건으로 연중 11번째로 가장 많았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매수는 증시가 급락하는 시점마다 집중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던 지난해 1월 20일부터 2월 중순까지 박스권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관세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2월 말부터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서며 연초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여기에 상호관세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해 4월 3일부터 8일까지 4거래일 동안 S&P500지수는 12% 넘게 폭락하며 종가 기준 5000선 아래로 밀렸다. 최근 고점 대비 20% 하락을 의미하는 약세장 진입도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지난해 4월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FP/연합)
이런 가운데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8일 애플,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를 각각 10만1001(1억5446만원)~25만달러(약 3억8200억원) 규모로 매수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합산하면 최소 50만5달러(약 7억6300만원), 최대 125만달러(약 19억원) 규모다. 미 정부윤리청(OGE)의 연례 재정 보고서는 종목별 거래 금액을 일정 구간으로 나눠 공개한다.
주목되는 점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그는 다음 날인 4월 9일 뉴욕증시 개장 직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지금이 매수하기 딱 좋은 시점”이라고 적었다. 이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고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상호관세 유예 발표 직후 S&P500지수는 하루 만에 9.52% 폭등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 번째로 큰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집중적으로 매수했던 종목들도 일제히 급등했다. 애플은 하루 동안 15% 넘게 뛰며 1998년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고, 엔비디아도 20% 가까이 치솟으며 시가총액의 약 5분의 1을 하루 만에 회복했다.
CNBC는 “지난해 4월 초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글로벌 무역과 경제 향방을 우려하며 불안에 떨고 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촉발한 증시 폭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느라 분주했다”고 지적했다.
이때 일반 투자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시장 영향력을 주목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유명 투자 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에서 한 이용자는 “내부자 거래가 얼마나 많았을지 상상이 가느냐”며 “백악관 내부에 있으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억만장자가 되지 못했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일 것”이라고 적었다.
백악관은 이해충돌 가능성을 부인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자산은 독립적인 제3자 금융기관이 전적인 재량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이해충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내 개인 자산 운용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으며 펀드가 내 돈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이미 부자였다”며 “일부러 내 자산을 운용하는 사람들과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모두 대형 금융기관 소속이고, 그들이 투자할 곳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가 왜 돈을 버는지 아느냐”며 “주식시장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