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과 생활비 부담에 따른 민심 악화에 직면한 가운데,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성인 국민 1인당 5000달러(약 670만원)를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현금성 공약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재원 마련에만 1조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이미 40조달러를 넘어선 만큼, 표심을 잡기 위한 승부수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유지할 경우 미국의 모든 성인 시민에게 5000달러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이것은 ‘트럼프 배당금’이라고 불릴 것”이라며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승리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공약이 실제 법제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제안했던 관세 수입을 활용한 배당금 지급 방안에 반대해왔다. 여기에 1조달러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배당금’을 실제로 시행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감세 조치를 영구화하고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를 없애겠다는 등 현실성이 낮아 보이는 공약들도 잇달아 내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미 국채시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채권시장 투자자들이 배당금 지급안의 실현 가능성을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의 마크 커드모어 마켓라이브 수석에디터는 “시장의 전반적인 반응이 매우 제한적인 이유는 모두가 이 정책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이미 강하고 과열될 위험도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자금 조달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정도 규모의 추가 재정 부양책을 투입할 경우 시장이 이미 우려하고 있는 흐름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 국채는 더 약세를 보이고, 달러화는 하락하며, 원자재와 실물자산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화당 전당대회(사진=EPA/연합)
일각에서는 중간선거 패배 가능성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점차 절박함이 묻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 전쟁과 이에 따른 고유가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후반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사실상 중간선거의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 자체가 또 다른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내가 투표용지에 있다고 생각해달라”며 “내가 투표용지에 있다. 딱 한 번만 더 내가 출마한다고 생각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내세운 강성 지지층뿐 아니라 민주당 선거 전략가들도 반길 만한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등장할수록 민주당이 반(反)트럼프 표심을 결집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부 공화당 후보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불참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금 지급 공약을 수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테드 크루즈 미 상원의원은 의원들이 해당 정책이 재정적자에 미칠 영향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현금 지급보다는 근로 요건이 포함된 세금 환급 방식으로 설계하는 편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전당대회 분위기도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한 만큼 뜨겁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만1000석 규모의 아메리칸항공센터가 “가득 찼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연설 당시 상층부 좌석 상당수는 비어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도중 “아무도 행사장을 떠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100분 넘게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일부 참석자들이 자리를 뜨는 모습도 포착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