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끝난다”던 트럼프…국제유가 110달러 육박, 국채시장 ‘패닉’ [이슈+]

“전쟁 끝난다”던 트럼프…국제유가 110달러 육박, 국채시장 ‘패닉’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글로벌 국채시장 매도세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재무부가 확대 계획 발표 이후 처음 실시한 국채 바이백(재매입)마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한 탓이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미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16bp(1bp=0.01%포인트) 급등한 4.59%를 기록했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컸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금리도 12bp 뛰어 4.95%까지 오르며 2023년 말 기록한 고점에 바짝 다가섰다. 30년물 국채금리는 8bp 상승한 5.37%로 치솟아 19년 만의 최고치를 새로 썼다.

국채 매도세를 부추긴 것은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결과였다.

미 재무부는 이날 만기 10~20년 국채를 대상으로 바이백을 실시했지만 실제 매입 규모는 51억9000만달러에 그쳤다.

앞서 재무부가 전날 발표한 최대 60억달러 규모의 바이백 계획 자체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실제 매입액은 이보다도 적었던 셈이다. 재무부에는 총 105억달러 규모의 매도 제안이 들어왔지만 절반가량만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지난 6개월간 이어져온 미 국채 매도세를 트럼프 행정부가 진정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국채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이례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바이백만으로 시장의 방향을 돌려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조지 카트람본 DWS 아메리카 채권부문 대표는 “베선트 장관은 대형 화재에 물총을 들고 온 격”이라며 “현재 미국의 부채와 재정적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30년물 국채를 사들이기 위해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을 낮추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10년물 미 국채금리 추이(사진=블룸버그)

국제유가 급등도 채권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날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7달러를 넘어섰다. 중동 정세 악화로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해 1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확대되면서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어느 쪽에서도 뚜렷한 긴장 완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 압력은 미국과 이란이 지난 2월 전쟁에 돌입한 이후 전 세계 채권시장에서 꾸준히 이어져왔다.

전쟁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간 내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전쟁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시장의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끝나면 전쟁이 종료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최측근들은 이란 전쟁이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비공개로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토니 패런 미슐러파이낸셜그룹 금리 세일즈·트레이딩 담당 전무는 “원유 가격은 인플레이션을 움직인다”며 “유가 상승이 경제 전반에 스며들기 시작하면 이를 억제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국채금리가 내려갈 수 있는 여지가 사실상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유가 급등과 함께 2년물 국채금리가 크게 뛴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0.25%포인트 높은 3.75~4.0%로 인상될 가능성을 71%가량 반영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 확률은 50% 미만이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국채 매도세는 아시아 채권시장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11일 아시아 시장 초반 호주와 뉴질랜드 국채금리가 일제히 급등했다. 호주 10년물 국채금리는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고, 뉴질랜드 10년물 국채금리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