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FP/연합)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중동 지역의 외교적 돌파구 마련도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이란과 걸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연기된 데다 중동의 양대 핵심 에너지 수송로를 둘러싼 무력 긴장까지 고조되면서다.
1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오후 2시 43분 기준 전장 대비 2.22% 오른 배럴당 106.94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선 브렌트유는 지난 한 주에만 8% 넘게 오른 데 이어 이번 주 첫 거래일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단기간 내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약화한 점이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전날 오후 11시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내일(14일) 살랄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역내 회의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당초 이란은 이날 걸프 국가들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항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이 자리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 관리 방안과 관련해 오만과 마련한 합의안을 다른 국가들에 제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11일 이란 외무부가 회의 개최를 발표한 이후 바레인이 불참을 선언했고, 후티 예멘 반군의 공세에 직면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참석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란 국영매체 파르스통신은 이란 외무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오만 회의가 일부 역내 국가들의 요청에 따라 연기됐으며, 이 결정은 이란과 오만이 공동으로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이란이 오만 측과 협의를 거쳐 회의를 개최할 새로운 날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 연기 결정은 사우디의 핵심 송유관인 ‘동서 파이프라인’이 최근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나왔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사우디는 홍해를 통해 원유를 수출해왔고 이 송유관이 핵심 우회로 역할을 해왔다. 하루 원유 수송량은 약 500만 배럴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4~5%에 달한다. 총연장도 약 1200㎞에 이른다.
▲호르무즈 해협(사진=로이터/연합)
설상가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대신해 활용되던 홍해 항로에서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둘러싼 후티 반군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이 동시에 위협받는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긴장감은 계속되고 있다. 영국 해상무역작전국(UKMTO)은 전날 한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발사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격으로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선원들은 결국 배에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측도 자국 연안에서 이란 상선 한 척이 공격을 받아 1명이 숨지고 선원 4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쟁과 에너지 공급 불안이 동시에 심화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전쟁이 오는 11월 중간선거 직후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낙관론을 거듭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아일랜드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의 전쟁 종료 시점을 묻는 말에 “아주 가까운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중간선거 직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전쟁이 끝나면 유가는 급락할 것”이라며 종전 이후 에너지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