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임할 성적은 됐는데”…정상혁 신한은행장, 복잡해진 인사 셈법

“연임할 성적은 됐는데”…정상혁 신한은행장, 복잡해진 인사 셈법

▲정상혁 신한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신한금융의 선택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3연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실적과 지주사의 신임만으로 연임을 낙관하기는 어려워졌다. 올해 상반기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두며 경영 성과는 뚜렷했지만, 금융권 CEO 인사를 둘러싼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어서다. 장기 연임을 견제하는 지배구조 논의에 이어 KB금융지주가 현직 회장 대신 내부 후계자를 선택하면서 세대교체까지 연말 인사의 변수로 떠올랐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행장의 연임 여부는 실적과 경영 안정성 외에도 신한금융의 후계 구도와 계열사 CEO 인사 방향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신한은행을 포함해 12개 계열사 CEO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정 행장의 3연임은 개별 CEO 인사를 넘어 그룹 전체의 리더십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사안이 됐다.

◇ ‘성과 있는 CEO’…외부 분위기는 달라졌다

신한은행의 상반기 성적표는 단연 돋보였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 2조4585억원을 거두며 5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2조4000억원대를 기록했고, 전년 동기보다 8.5% 늘었다. KB국민은행과의 격차도 2331억원까지 벌어졌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상반기 1.55%에서 올해 1.60%로 올라 이익 규모와 수익성 모두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정 행장은 2023년 취임 이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특히 직전 인사에서 주요 시중은행장들과 달리 2년 임기를 부여받으면서 지주 차원의 신임도 확인했다. 6월 말 원화대출금은 지난해 말보다 1.8% 늘었고 기업대출은 2.8%, 대기업 대출은 6.6% 증가했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각각 0.34%, 0.31%로 관리됐다.

▲신한은행 본점 전경.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성공해 2029년까지 그룹을 이끌게 된 점도 경영 연속성 측면에서 정 행장의 연임 논리로 거론된다.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선제적으로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도 나섰다.

문제는 정 행장의 성과와 별개로 금융권 CEO 연임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장기 연임을 견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제한 등이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제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 행장에게 직접 적용되는 규제는 아니지만 장기 재임과 연임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변수로 꼽힌다.

KB금융이 양종희 회장의 연임 대신 이재근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택한 것도 주목된다. 양 회장 체제에서 실적과 주주환원 성과를 냈지만 현직 회장의 연임보다 내부 후보를 통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택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금융지주 인사 흐름이 달라지는 신호로 보고 있다.

◇ 연임하면 ‘3연임’, 불발하면 ‘후속 역할’…신한의 고민

또 하나 짚어볼 부분은 정 행장의 연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다. 금융권에서는 정 행장을 곧바로 퇴임시키기보다 그룹 내 역할을 부여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신한금융은 현재 부회장직이 없어 정 행장의 연임 불발 시 어떤 역할을 맡길지가 후속 인사의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 과거 부회장직 신설 논의가 있었지만 금융당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전례가 있어 새로운 직제를 만드는 데도 부담이 따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금융회사 CEO 승계절차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점도 연말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5일 임원회의에서 대부분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절차가 미흡하고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후보 압축 단계별 검증기간이 짧거나 없고 상시후보군 관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등 후보 검증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취지다.

금융권에서는 진 회장이 2029년까지 임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계열사 CEO 인사가 기존 경영진 중심의 안정에 초점을 맞출지, 임기 만료를 계기로 세대교체와 쇄신으로 방향을 틀지가 관심사로 꼽힌다. 정 행장의 세번째 임기 여부도 결국 이 같은 그룹 차원의 인사 방향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 행장은 실적과 조직 안정성만 놓고 보면 연임을 설명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면서도 “다만 신한 입장에서는 이번 선택이 향후 계열사 CEO 인사와 후계 구도에 어떤 신호를 줄지를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당국이 승계절차와 장기 연임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고, 금융권에서도 세대교체 흐름이 나타나는 상황이라 연임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예전과 같은 의미는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