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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격 낮추려는 사우디 VS 수입비중 줄이려는 정부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출항한 뒤 호르무즈 해협 대신 홍해를 통해 빠져나온 유조선이 전남 여수시 GS칼텍스 원유 부두에 정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정유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높은 해상운임으로 조달비용 부담이 커진 업계에 가격할인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다.

반면 정부는 중동산 원유의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는 방식의 공급선 다변화에 나서고 있어 공급시장과 정부 정책간 엇박자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높은 유조선 해상운임으로 자국산 원유 수입에 부담을 겪고 있는 아시아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원유 공식판매가격(OSP) 할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만만 인근에서 ‘선박간 환적(STS)’ 방식으로 판매되는 10월 하순 원유 선적분부터 배럴 당 가격을 일정 부분 낮추는 방안이 골자로, 할인폭은 약 9달러(배럴당)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일 싱가포르 두바이유 현물 종가(109.5달러·배럴당) 기준 8.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같은 아람코의 조치는 중동전쟁 여파로 최근 약화되고 있는 아시아 시장 지배력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 장기화와 후티 반군의 준동, 동서 송유관 타격 등으로 사우디의 원유 수출여건이 최근 지속 악화한 가운데, 인근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시장 확대가 이어지며 사우디의 시장 지배력이 흔들렸다는 설명이다.

실제 사우디의 아시아 시장 지배력 약화는 국내 원유 수입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한국의 월별 사우디산 원유 수입물량은 지난 1월 3359만배럴에서 지난달 2167만배럴로 35.5% 낮아졌다. 수입비중으로 환산하면 35.8%에서 23.7%로 이 기간 12.1%포인트(p) 감소한 셈이다.

반면 UAE산 수입물량은 지난 1월 1058만배럴 수준에서 지난달 1676만배럴로 58.4% 늘었고, 수입비중 역시 11.3%에서 18.3%로 이 기간 7%p 확대됐다.

이처럼 시장 지배력 약화를 겪고 있는 사우디가 가격 정책을 통해 시장 재공략에 나선 가운데, 우리 정부는 오히려 중동산 의존도 완화를 추진하면서 국내 원유조달 시장에선 사우디발(發) 수입 확대 유인과 정부발 수입 축소 압력이 동시 작용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앞서 산업통상부는 지난 23일 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제6차 자원안보 협의회’를 개최하고 오는 2035년까지 중동산 원유의 의존도를 50%이하까지 낮추는 방안을 골자로 한 ‘제1차 자원안보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계획에는 △국내 석유 비축시설 확대 △비중동산 원유 운임차액 지원(최대 100%) △신설 ‘자원안보기금’ 기반 정제설비 다변화·정제기술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등이 세부 방안으로 담겼다.

업계에선 중동산 원유의 의존도를 완화하는 정부 정책의 실효성은 정제설비 및 기술 R&D 투자 지원 실행력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의 수급불안으로 비중동산 원유 비중이 확대되더라도, 중동산 중질유에 최적화된 국내 정제설비 특성 상 정제효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동산 원유의 도입에 따른 이익이 낮아질 경우 중동산 원유 수입비중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시장이 회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원론적으로는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이라면서도 “중동을 제외하면 우리가 요구하는 수준의 원유를 공급해 줄 곳이 마땅치 않은 만큼, 수입선 다변화가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운임만 보전하는 방식만으로는 정책이 지속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성공 가능성도 낮다”고 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