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오세훈표 장기전세 20년… 평균 거주 7년 6개월, 72%가 내 집 마련

오세훈표 장기전세 20년… 평균 거주 7년 6개월, 72%가 내 집 마련

▲지난달 2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올해 도입 20년을 맞은 장기전세주택. 계약연장이나 분양전환을 두고 일부 거주민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가운데, 퇴거자의 72%가 자가로 이주함에 따라 장기전세주택이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17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가 집계한 올해 9월 기준 장기전세주택 퇴거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7년 6개월로 최장 거주기간인 20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0년부터 서울 마포구의 한 장기전세주택에 거주한 심○○씨는 계약 기간 만료 전에 신축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었다.

세 자녀를 키우는 이○○씨 가족은 반지하 등을 전전하며 세 차례 이사를 거듭하다 2014년 중랑구의 한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했다. 이씨 가족은 8년 간 자산을 모아 15년만에 자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씨는 주거비 부담이 줄면서 결혼 후 처음으로 적금 만기를 경험했고, 육아휴직도 사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2022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실시한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패널조사’에 따르면 장기전세주택 퇴거자 1708명의 평균 거주기간은 8.4년이었다. 이는 공공임대주택 평균(13년)보다 4.6년 짧은 기간이다. 특히 퇴거자의 72%가 자가로 이주해 공공임대주택 전체 퇴거자의 자가 이주 비율(60%)보다 12%포인트 높았다.

◇ 시세 절반 보증금에 장기 거주…저축·청약으로 자산 형성

장기전세주택 입주자들이 자산을 모을 수 있었던 이유로 주거비 절감 효과가 꼽힌다. 지난해 장기전세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3억4900만원으로,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6억4800만원의 약 54% 수준이다. 2007년 입주자의 경우 시세의 23% 수준인 보증금으로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입주연도별 평균 보증금과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의 차이를 토대로 산출한 결과, 지난해 입주자들이 절감한 보증금 부담이 약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시세와의 차액만큼 대출 부담이 줄어 저축과 청약에 활용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씨 가족은 2011년 40평대 방 4개짜리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했다. 셋째 딸을 출산한 뒤 무주택 기간으로 청약통장을 유지하며 저축한 끝에 약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역세권 분양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자가 마련 기회뿐만 아니라 장기간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한 점도 주요했다. 최대 20년까지 안정적인 거주가 보장되는데다, 실제 평균 거주기간도 8.4년으로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을 통해 보장되는 4년보다 두 배 이상 길다. 집주인의 계약 종료나 급격한 전셋값 인상에 대한 걱정 없이 기존 생활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직장과 학교 등 기존 생활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자산 형성 토대가 됐다. 전체 단지의 45%가 지하철역 반경 500m 이내에 있고, 83%는 초등학교를 걸어서 등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500가구 이상 대단지도 46%다.

◇ 오세훈표 주거사다리 20년…’미리내집’으로 정책 확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장기전세주택 주거사다리 희망토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기전세주택 제도는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첫 임기 때 처음 도입됐다. 당시 오 시장은 “아파트는 사는 것, 시프트는 사는 곳”이라며 주택에 대한 관점을 ‘소유’에서 ‘거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무주택 시민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기간을 제공하고, 그동안 자산을 모아 내 집 마련을 준비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장기전세주택은 국비 지원 없이 서울시 재정 100%로 시작했다. 시장이 바뀐 기간에도 제도는 유지됐다. 2021년 복귀한 오 시장은 장기전세주택에서 출발한 주거사다리 구상을 안정적 거주지원과 주택 공급 확대 두 축으로 구체화했다.

2024년에는 장기전세주택 대상을 신혼부부와 출산가구로 확대한 ‘미리내집’을 도입했다. 입주 후 자녀를 출산하면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고, 두 자녀 이상을 출산한 가구는 장기 거주 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우선 매수할 기회를 갖는다.

시는 2030년까지 미리내집 1만7500가구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10월 기준 현재 미리내집을 포함한 공급 물량은 총 3만8296가구다.

◇ 2031년까지 9361가구 만료…공공임대 형평성 논란도

장기전세주택은 내년부터 최장 20년 거주기간 만료를 맞는다. 2007년 입주한 초기 세대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모두 9361가구의 거주기간이 순차적으로 만료될 예정이다.

일부 장기 거주자들은 서울 전월세·매매가가 오른 상황에서 새로운 거처를 구하기 어렵다며 계약 연장이나 분양 전환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에 시는 최장 20년 거주와 분양 전환 불가라는 당초 계약 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가구의 거주기간을 일괄적으로 연장하거나 분양 전환을 허용할 경우, 같은 조건에 따라 이미 퇴거한 가구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입주를 기다리는 다른 무주택 시민의 기회가 줄어 선순환 구조가 깨질 수 있다고도 봤다. 다만 시는 만기를 앞둔 가구가 새로운 주거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가구별 상황을 살피고 지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자산의 공정한 활용과 형평성 측면에서 20년 만기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20년간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장기전세주택은 용도지역 및 용적률 상향 등 여러 도시계획 인센티브를 통해 확보되는 공공자산이기 때문에 그 혜택을 다수의 시민들이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혜택이 특정인에게 귀속된다면 인센티브의 명분과 취지를 상실하게 될 것이며 사회적 정의에도 맞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