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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조건 바꾸고 3주 내 수용 요구”…대우건설, 체코 원전 협상 결렬 정면 반박

▲체코의 신규 원전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시공계약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대우건설이 한수원의 일방적인 계약조건 변경과 과도한 위험 부담 요구가 협상 결렬의 원인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한수원은 15개월간 협상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시공사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대우건설은 설계가 확정되지 않은 신규 원전의 공사비 증가 위험과 계약상 책임을 시공사에 떠넘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29일 대우건설이 언론에 전달한 체코 원전 시공계약 관련 입장자료에 따르면 대우건설 측은 “한수원이 지난 7일 변경된 계약조건을 구두로 전달한 뒤 약 3주 만인 29일까지 수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측은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약조건 변경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협의 없이 3주 내 수용을 요구하는 것은 민간기업의 경영 안정성과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수원은 이날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하고 신규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수원에 따르면 양측은 약 15개월 동안 최고경영자 면담 2회,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 등을 진행했으나 공사비와 계약방식, 업무 범위, 계약상 책임 등 주요 조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설계도 확정 안 됐는데”…공사비·위험 분담 놓고 충돌

이번 갈등의 핵심은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사 물량 증가와 설계변경에 따른 비용 및 책임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한수원은 공사비 총액을 미리 정하는 총액확정계약 방식이 국내 원전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사업에서도 적용된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최초 입찰 당시 시공사가 해당 방식을 제안했고, 이후 물량 증가 등을 반영해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방안도 제시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우건설 측은 체코 원전에 적용되는 APR1000 노형이 세계 최초로 건설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기존 사업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우건설 측은 “국내외 경험과 설계 자료가 축적된 APR1400과 달리 체코 사업은 신규 노형인 APR1000을 적용하고 유럽의 규제와 인허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설계에 따른 공사 물량 변동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올해 10월 현재 기본설계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설계를 직접 수행하지 않는 시공사에 물량 증가 위험을 일괄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공사비 산정 과정에서도 양측의 주장은 엇갈렸다.

한수원은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 결과를 토대로 과다 산정된 단가와 간접비, 중복 계상된 비용 등의 조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사업비 범위 내에서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EPC 주계약자로서 필요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우건설 측은 “한수원이 입찰 당시보다 증가한 물량을 계약에 반영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공사비 증액은 인정하지 않고 단가 인하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측은 “최종입찰금액을 반영하지 않고 주계약을 체결했으며, 추가 업무에 대한 증액도 실제 견적금액의 40%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최초 견적 당시 한수원이 위험예비비를 자체적으로 반영하겠다며 시공사 견적에서는 제외하도록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최초 입찰금액에 모든 위험이 반영됐다는 한수원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설계 오류와 추가 공사에 따른 책임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우건설 측은 “한수원이 수행한 설계에서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시공사가 이를 발견하지 못하면 책임을 부담하도록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설계변경으로 재시공이 발생하거나 발주사의 부지 제공 지연으로 공사가 늦어지는 경우에도 비용 보상이 제한되는 조건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측은 “설계 책임이 없는 시공단에 설계 검토 및 적정성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계약상 업무 범위가 불명확한 사항과 미식별 업무까지 시공단의 업무로 간주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수원은 “주계약상 의무 가운데 시공사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와 책임을 시공계약에 반영하려 했을 뿐, 부당하게 위험을 전가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변경 조건 3주 내 검토 불가능”…협상 종료 시점도 논란

시공계약 협상 종료 시점의 적절성을 놓고도 양측의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

한수원은 체코 발주사와 전체 사업 일정을 고려해 협상 종료 시점을 정했으며, 추가 협상이 오히려 공정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체코 발주사는 당초 9월 말까지 시공계약을 마무리하도록 요구했으며, 한수원은 한국과 체코 정부가 참여하는 이행점검협의체를 통해 10월 말까지 협상 체결 또는 종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공유했다.

하지만 대우건설 측은 “10월 초 변경된 계약조건을 제시한 뒤 같은 달 말까지 수용을 요구한 것은 검토 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측은 “유럽의 해외 대형 원전 건설사업은 기술적 복잡성과 품질관리, 규제 검증 등으로 설계와 시공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며 “계약금액과 계약조건 전반에 걸친 한수원의 제안을 단 3주 만에 검토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또 “8년간 현지 네트워크 구축과 기술 검증을 진행했던 시공 주간사를 변경할 경우 사업 전체에 심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수원은 대규모 인프라·플랜트 사업에서 계약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종료되는 것은 일반적인 상업적 의사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우건설 측은 이미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핵심 시공사와의 협상이 결렬되는 것은 프로젝트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내년 7월 새 시공사 선정…사업비 증가·공정 지연 우려

한수원은 기존 시공사와의 협상 종료에 따라 국가계약법에 따른 경쟁입찰 방식으로 신규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후속 시공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해 자격요건을 갖춘 모든 업체에 입찰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은 신규 시공사 선정을 내년 7월까지 완료하고 설계·인허가 업무를 병행해 전체 사업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다만 대우건설 측은 “원가 상승과 국제적 요구조건 강화, 현지 사업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하면 신규 시공사의 견적금액이 기존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내 원전 건설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시공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경쟁입찰을 통한 공사비 감액과 계약조건 개선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적 분쟁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수원은 기존 공동협력협약 종료 절차를 별도로 진행하고 비용 정산과 설계 성과물 인계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소송이나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이 제기될 경우 사내외 법률 전문가와 협력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측 역시 “관련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은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를 건설하는 대형 수출 프로젝트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체코 발주사와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 규모는 약 27조원 수준이다.

이번 협상 결렬은 시공 분야에 관한 것으로, 지난해 12월 체결된 한국전력기술의 종합설계용역 계약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자로 및 터빈발전기 공급계약 등은 별도로 유지된다.

체코 원전 사업은 한국 원전 산업의 유럽시장 진출을 상징하는 사업인 만큼 이번 갈등이 단순한 시공계약 문제를 넘어 해외 원전 수출사업의 위험 분담과 계약관리 체계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