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서울뉴스통신】 신현성 기자 = 한국은행이 우리나라의 분기 역성장 발생 확률이 10년 전보다 약 3배 가량 높아졌다고 진단하며, 경기 대응과 더불어 중장기적인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은은 10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최근 역성장 빈도 증가, 경기대응과 함께 구조개혁이 긴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고, 역성장 위험이 과거보다 잦아진 배경과 그에 따른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글은 박근형 통화정책국 정책연구팀 과장과 신동희 조사역이 공동 집필했다.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분기 역성장 발생 확률은 2014년 평균 4.6%였으나, 2024년에는 13.8%로 상승했다. 저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 경기 순환 요인 외에도 성장 잠재력 저하와 대외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산업경쟁력 약화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 5% 수준에서 현재는 2%를 밑도는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는 주요국 대비 매우 빠른 하락 속도로, 평균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분기 단위 역성장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우리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와 수출 품목 집중도 역시 성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의 대외의존도는 2015년 75%에서 2021년 이후 83%로 높아졌고, 수출 품목 집중도는 0.148에서 0.184로 증가해 수출 구조가 특정 산업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 같은 경제구조는 외부 충격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 시절 부과된 보호무역 조치와 같은 변수가 다시 현실화될 경우, 향후 평균 성장률이 더욱 하락하면서 역성장 빈도 또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저자들은 이에 따라 단기적인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 대응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성장동력 발굴과 고령화 대응 등을 포함한 구조개혁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경기 변동성도 완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분석은 1960~1970년대의 경제 불안정기부터 최근의 역성장 패턴까지 시대별 흐름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과거에는 경제 규모가 작고 산업구조가 미약해 역성장이 잦았으나, 1990~2000년대에는 경제가 안정되며 외환위기 외에 역성장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는 성장률 자체가 낮아지는 가운데 경기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재까지 5차례의 분기 역성장이 발생했으며, 최근에는 전분기 기저효과 외에도 구조적 원인에 따른 역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한은은 "지속적인 잠재성장률 하락과 외부 환경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우리 경제는 더욱 강건한 구조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며 "신산업 육성과 노동·인구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 병행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