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노인 학대 피해가 함께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해자의 65%가 배우자와 아들인 것으로 조사돼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학대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13일 발표한 '2024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8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2만2746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7167건(31.5%)이 실제 학대 사례로 판정됐다. 신고 건수와 학대 사례 수는 각각 전년 대비 3.7%, 2% 증가했다.
학대 발생 장소로는 가정이 88.2%(6323건)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시설 내 학대는 647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가정 내 학대는 4% 증가한 반면 시설 내 학대는 4.7% 감소했다. 유형별로는 신체적 학대가 43.9%로 가장 많았고, 정서적 학대 43.8%, 방임 5.6%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 내에서는 정서적 학대가 47.3%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으며, 시설 내에서는 신체적 학대와 방임이 각각 32.4%를 기록했다.
방임 비율은 2015년 14.9%에서 올해 5.6%로 급감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노인돌봄 및 지원서비스 체계 강화로 방임 및 자기방임 예방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노인 학대가 발생한 가구 형태를 보면 노인 부부 가구가 40.3%로 가장 많았고, 자녀 동거 가구 28.7%, 노인 단독 가구 14.7% 순이었다. 피해자의 연령은 70대가 41.6%로 가장 많았고, 80대 27.5%, 60대 25.3% 순이었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피해자의 53%를 차지해 고령층에서의 학대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학대 행위자는 총 7881건으로, 배우자가 38.7%로 가장 많았고 아들이 26.4%를 차지했다. 복지부는 노인 부부 가구의 증가가 배우자에 의한 학대가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2023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 노인 부부 가구 비율은 2008년 47.1%에서 지난해 55.2%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자녀 동거 가구는 27.6%에서 10.3%로 감소했다.
전체 노인 학대 사례 중 재학대 비율은 11.3%(812건)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제9회 노인 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을 열고 학대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념식에서는 은폐된 학대 피해를 발굴하고 신고 활성화를 독려하는 '나비새김 캠페인'이 진행됐으며, 노인 인권 증진에 기여한 기관과 개인 40명에게 정부 표창이 수여됐다.
국민포장을 수상한 김천오 전북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장은 17년간 노인 인권 보호 활동에 헌신했으며,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배우 최재원 씨는 2010년부터 복지부 노인학대 예방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관련 캠페인과 교육에 적극 참여해왔다. 복지부 은성호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은 "국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가 노인 학대 예방의 핵심"이라며 예방 체계 강화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