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연준,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속 금리 딜레마…인하 기대 ‘희미’

美연준,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속 금리 딜레마…인하 기대 ‘희미’

【서울 = 서울뉴스통신】 권나영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제롬 파월 의장이 향후 인플레이션 재상승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짙어지는 가운데, 연준이 ‘물가 안정’과 ‘고용 유지’라는 이중 목표 사이에서 정책적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간)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파월 의장은 “앞으로 몇 달 간 상당한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직접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도입된 관세 정책의 여파로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데다, 중동 지역 긴장과 유가 상승 등이 맞물리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연준이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도 이를 반영했다. 올해 미국 GDP 증가율은 기존 1.7%에서 1.4%로 하향 조정됐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로 상향됐다. 실업률 전망도 4.5%로 소폭 상향 조정되며 경기 둔화와 고용 불안 신호가 동시에 감지됐다.

회계법인 RSM의 수석 경제학자 조셉 브루수엘라스는 이를 ‘경미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연준은 금리를 내리자니 인플레이션이 걱정되고, 금리를 올리자니 실업률이 문제”라며 “완화와 긴축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딜레마”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도 변수다. 이란-이스라엘 간 긴장 고조로 인해 유가가 상승하며 글로벌 물가에 추가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린스턴대 경제학자이자 전 연준 부의장 앨런 S. 블라인더는 “1970년대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시기 역시 유가 급등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복합 위기 속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도 금리 인하에 대한 입장이 보수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 예측한 위원 수는 지난 3월 4명에서 이달 7명으로 늘었다.

찰스슈왑의 채권 전략 책임자 캐시 존스는 “경기 성장 둔화와 실업률 상승이 예고되지만, 연준은 인플레이션 악화를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당분간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연준은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고용 불안이라는 복합적인 경제 압박 속에서 금리 정책의 방향성을 잡기 위한 고심을 이어가고 있으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갈수록 후퇴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