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첫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환매조건부 매입’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사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활용된 이 정책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분양가의 절반 가격에 사들인 뒤 일정 기간 내 건설사가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미분양 적체 문제 해소와 건설경기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총 2조7000억원 규모의 건설경기 활성화 예산을 편성했다. 이 중 3000억원은 미분양 주택에 대한 ‘안심환매’ 정책에 투입되며, 나머지는 PF 사업장 지원(8000억원), 집행 가능한 SOC 조기 투자(1조4000억원), 국립시설 개보수(5000억원) 등에 활용된다.
환매조건부 매입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준공 전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가의 50% 수준에서 우선 매입하고, 준공 후 1년 이내에 건설사가 매입 가격에 조달비용을 더한 금액으로 다시 사들이는 방식이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1만호가 대상이며, 연간 약 3000~4000호가 매입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분양가가 4억원인 아파트를 HUG가 2억원에 매입한 뒤, 건설사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할인 분양을 하거나 추가 매출을 확보해 자금 여유가 생기면 다시 매입하는 구조다. 환매를 하지 못하면 해당 물량은 공매로 전환돼, 최종적으로 HUG가 손실을 부담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미분양으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쇄 부실 우려를 줄이고, HUG의 분양보증 사고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의 절반 수준의 유동성을 사전에 공급해 공사비나 금융 상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건설사의 자구 노력을 유도하면서도 준공 전 미분양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매조건부 매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활용된 바 있다. 당시 대한주택보증이 3조3000억원을 들여 1만9000여호를 매입했고, 이는 해당 시기 미분양 해소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평가됐다. 다만 환매되지 못한 약 700호는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매 처분돼 공공 재정 손실을 초래한 바 있다.
이번 정책의 주요 시행 주체인 HUG는 최근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재정 건전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세사기, PF 부실 등이 겹친 영향으로 2022년 4087억원, 2023년 3조8598억원, 2024년 2조519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달엔 5650억원 규모의 정부 현물출자도 추진됐다.
이런 상황에서 환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HUG에 재정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환매조건부 매입은 단기적 유동성 공급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방 수요 기반 강화와 분양시장 구조개선이 병행돼야 실효성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환매 실패 시 HUG의 재정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상 선정에 있어 선별성과 사전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와 연계한 전략이 병행돼야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