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뭔지 아니?] ‘가배’부터 ‘추캉스’까지…한가위 2천년의 발자취

[추석, 뭔지 아니?] ‘가배’부터 ‘추캉스’까지…한가위 2천년의 발자취

에너지경제신문 유통팀 기자들이 추석의 기원과 전통, 달라진 소비문화까지 명절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본다. 먹거리와 놀거리, 선물·쇼핑·여행 등 한가위를 둘러싼 다양한 풍경을 차례로 소개한다.

▲자료사진. 출처=챗GPT.

먹을 것이 넉넉하고 날씨도 선선하다. 들판에는 벼가 고개를 숙이고 과수원에서는 사과와 배, 밤과 대추가 익어간다. 혹독한 겨울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추위는 멀었다. 농경사회에서 음력 8월 한가운데는 말 그대로 1년 중 가장 풍요로운 때였다.

우리 민족이 추석을 큰 명절로 여긴 배경도 여기에 있다. 추석은 단순히 연휴가 긴 날이 아니다.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며 가족과 이웃이 함께 먹고 놀았던 ‘수확 축제’에 가깝다.

올해 추석 연휴는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다. 추석 당일은 25일이다. 우리나라는 음력 8월15일을 추석으로 정하고 앞뒤 하루까지 사흘을 공휴일로 운영한다.

산업화와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명절을 보내는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직접 송편을 빚기보다 사 먹고 차례 대신 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래도 한 해의 풍요를 나누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날이라는 추석의 기본적인 성격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추석을 쇠기 시작했을까. 왜 이날에는 송편을 먹고 성묘를 하며 보름달을 바라봤을까.

◇ ‘추석’보다 오래된 이름 ‘가배’…신라시대 기록까지 거슬러

추석은 음력 8월15일이다. ‘가배’, ‘가위’, ‘한가위’, ‘중추절’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려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역시 추석을 음력 8월15일에 지내는 우리나라의 대표 명절로 설명한다.

‘한가위’라는 이름도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한’은 크다는 뜻, ‘가위’는 가운데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음력 8월, 즉 가을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의미다.

추석의 정확한 기원이 언제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 남아 있는 기록을 따라가면 신라까지 올라간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유리이사금 때 6부의 여성들을 두 편으로 나눠 길쌈 경쟁을 벌였다는 기록이 적혀 있다. 음력 7월부터 한 달 동안 길쌈을 한 뒤 8월15일에 승패를 가리고, 진 쪽이 음식과 술을 마련해 함께 노래하고 춤췄다. 이를 ‘가배’라고 불렀다.

오늘날 추석의 직접적인 기원이 바로 이 행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8월 보름에 사람들이 모여 노동의 결과물을 겨루고 음식을 나누며 노래와 춤을 즐겼다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추석 문화의 오래된 뿌리를 짐작하게 한다.

9세기 기록도 흥미롭다. 일본 승려 엔닌이 쓴 ‘입당구법순례행기’에는 당시 신라인들이 8월15일을 중요하게 여기고 여러 음식을 마련해 사흘 동안 노래하고 춤을 즐겼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전해지던 이야기로는 신라가 발해와 싸워 이긴 날을 기념한 것이라고 쓰여 있다. 다만 이는 당시 전승을 기록한 것으로 역사적으로 확인된 추석의 기원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적어도 통일신라 무렵에는 음력 8월15일이 상당히 특별한 날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자료사진. 11일 부산 동구가족센터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추석맞이 송편 만들기’ 행사에서 다문화 가족들이 형형색색의 송편과 인절미를 만들어 포장하고 있다.

◇ 수확하고 쉬고 나누고…’민족 대명절’로 자리 잡다

농경사회에서 추석의 위상은 자연스럽게 커졌다. 음력 8월은 봄부터 땀 흘려 키운 곡식과 과일을 본격적으로 거두는 시기다. 새로 수확한 곡식과 과일을 조상에게 먼저 올리고 가족과 이웃이 나눠 먹는 풍습이 만들어졌다.

우리 전통 농경의례에서도 추석은 중요한 수확 의례였다. 새로 난 곡식을 조상에게 먼저 올리는 ‘천신’의 성격과 조상을 기리는 의례가 결합됐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추석은 왕실에서부터 일반 백성까지 폭넓게 쇠는 명절로 자리 잡았다. 2023년에는 추석을 포함해 설과 대보름, 한식, 단오, 동지 등 5개 명절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 당국은 우리 명절문화가 삼국시대부터 형성되고 고려시대에 제도화됐다는 점 등을 역사적 가치로 평가했다.

추석에 빼놓을 수 없는 행사가 차례와 성묘다. 가족들은 햅쌀과 햇과일 등 그해 처음 거둔 음식을 마련해 조상을 기렸다. 산소를 찾아 벌초하고 성묘하는 풍습도 이어졌다. 조상의 덕을 기리는 동시에 한 해 농사가 무사히 결실을 맺은 데 감사하는 의미가 담겼다.

그렇다고 옛사람들의 추석이 엄숙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놀기 좋은 날’이었다. 한동안 고된 농사일에서 벗어나 풍성한 음식을 먹고 씨름과 활쏘기, 강강술래 등 각종 놀이를 즐겼다. 밤이면 밝은 보름달 아래 사람들이 모였다.

그래서 나온 말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와 넉넉한 음식,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기가 모두 겹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 추석엔 왜 송편을 먹을까…햅쌀·밤·대추에 ‘가을’ 담겼다

추석을 이야기하면서 음식을 빼놓기는 어렵다.

대표 선수는 단연 송편이다. 멥쌀가루를 반죽해 깨·콩·팥·밤 등을 넣은 뒤 모양을 빚어 솔잎을 깔고 찐다. ‘송편(松편)’이라는 이름에도 소나무 ‘송(松)’이 들어간다.

송편은 새로 수확한 곡식으로 만들어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는 의미를 지녔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과정 자체가 명절 문화였다. 예쁘게 송편을 빚으면 예쁜 아이를 낳거나 좋은 배우자를 만난다는 민간 속설도 전해진다.

지역마다 송편도 달랐다. 쌀이 많이 나는 곳과 감자·도토리 등이 흔한 곳의 재료가 달랐고 안에 넣는 소 역시 깨, 콩, 밤, 팥 등 다양했다.

추석상에는 또 햅쌀로 지은 밥과 토란국, 각종 전, 나물, 고기, 햇과일 등이 올랐다. 술 역시 새로 거둔 곡식으로 빚었다.

요즘 마트와 백화점의 추석 선물 매장에서 사과와 배가 빠지지 않는 것도 오랜 계절적 배경이 있다. 사과와 배는 대표적인 추석 과일이다. 농촌진흥청은 추석 출하에 맞춘 조생종 사과와 배 품종까지 개발·보급하고 있다.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배 생산·출하 현장을 점검하는 등 추석 과일 공급에 나섰다.

햅쌀 역시 마찬가지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추석 출하용 햅쌀 생산을 위해 조생종 벼 수확 시기를 별도로 관리했다. 최근 20년간 추석 날짜가 9월 초부터 10월 초까지 크게 움직이는 만큼 명절 날짜에 맞춰 수확할 수 있는 품종 개발도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전통적인 추석상은 단순히 ‘비싼 음식’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다. 그 시기에 우리 땅에서 막 거둔 먹을거리를 한 상에 올린 결과물에 가깝다.

◇ 씨름하고 춤추고 달맞이하고…조상들도 추석엔 제대로 놀았다

먹었으면 놀았다. 지역에 따라 씨름과 소놀이, 거북놀이, 줄다리기, 활쏘기 등 다양한 놀이가 펼쳐졌다. 남부 지방에서는 강강술래가 대표적이다.

강강술래는 밝은 달 아래 여성들이 손을 맞잡고 원을 그리며 노래하고 춤추는 집단놀이다. 추석을 대표하는 전통 이미지 가운데 하나다.

놀이에는 공동체적인 성격이 강했다. 지금처럼 TV나 스마트폰을 각자 보며 쉬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한곳에 모였다. 일을 함께했던 사람들이 수확의 결실도 함께 즐겼다.

‘달맞이’도 빼놓을 수 없다. 추석이 음력 8월15일인 만큼 밤에는 둥근 보름달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한 해 농사의 결실에 감사했다.

추석빔도 있었다. 설날 새 옷을 ‘설빔’이라 부르듯 추석에 마련한 새 옷을 ‘추석빔’이라고 했다. 계절이 바뀌는 명절을 맞아 새 옷을 입으며 건강과 평안을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지금으로 치면 추석은 먹거리 축제와 야외 스포츠대회, 공연, 패션 소비가 한꺼번에 열리는 거대한 가을 페스티벌이었던 셈이다.

▲자료사진. 추석을 앞두고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 왕도 추석엔 잔치했다…조선왕조실록에 남은 ‘별별 한가위’

조선왕조실록을 들여다보면 추석의 또 다른 얼굴을 볼 수 있다.

1450년 문종 즉위년 음력 8월15일 기록에는 왕이 휘덕전에서 직접 추석제를 지냈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세종 때인 1424년에는 광효전에서 추석제를 풍악과 함께 거행했다는 기록도 확인된다. 추석이 민간의 명절일 뿐 아니라 왕실의 공식 의례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는 뜻이다.

1488년 성종 때 추석은 상당히 흥겨웠던 모양이다. 성종은 두 대비에게 잔치를 올리고 신하들에게 술을 내렸다. 실록에는 왕이 추석 잔치의 즐거움을 말하며 종친과 대신들에게 술을 즐기도록 했다는 기록까지 남아 있다.

언제나 평화로운 추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497년 연산군 때에는 추석 제향 과정에서 신위판이 떨어지는 일이 벌어져 관련자를 국문하도록 한 기록이 있다.

1821년 순조 때 추석에는 도성에 이른바 ‘괴질’이 유행했다. 실록에는 돌림병으로 민심이 뒤숭숭해지자 왕이 관련 조치를 내린 내용이 나온다. 같은 날 수재와 돌림병에 시달리는 백성을 위로하기 위한 지시도 내려졌다.

수백 년 전 사람들도 풍요로운 명절 한가운데에서 질병과 재난을 걱정했다는 얘기다. 기록을 통해 보면 추석은 역사책 밖에 따로 떨어져 있는 ‘민속 행사’가 아니다. 왕실의 제사와 연회부터 백성들의 생활과 질병까지 그 시대 사람들의 일상 한복판에 있었다.

◇ 올가을엔 뭐 먹을까…사과·배·밤·대추부터 햅쌀까지

시대가 달라져도 가을은 여전히 먹거리가 풍성한 계절이다. 추석을 전후해 햅쌀을 비롯해 사과와 배, 밤, 대추 등 다양한 농산물이 시장에 나온다. 특히 사과와 배는 오랫동안 제수용과 선물용 수요가 겹치며 추석을 대표하는 과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최근에는 기후변화가 변수다. 폭염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가 과실의 생육과 수확 시기에 영향을 주면서 추석 대목을 맞추는 농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농촌진흥청도 올해 7~8월 과실 비대·성숙기에 폭염과 국지성 집중호우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추석 날짜가 해마다 달라지는 것도 농가에는 숙제다. 올해처럼 9월 하순에 추석이 들기도 하지만 2014년에는 9월8일, 지난해에는 10월6일이었다. 최근 20년만 따져도 9월 초부터 10월 초까지 한 달 가까이 차이가 난다.

우리에게는 매년 돌아오는 같은 추석이지만 농산물 생산자 입장에서는 매년 조건이 다른 셈이다.

◇ ‘먹고 또 먹는’ 명절…잘 먹는 것만큼 잘 쉬는 것도 중요

풍성함이 추석의 미덕이지만 현대인에게는 과식이 고민이다.

갈비와 전, 잡채처럼 기름과 양념을 많이 사용하는 음식부터 송편과 약과 등 간식까지 한꺼번에 먹기 쉽다. 평소보다 식사 시간이 불규칙해지고 술자리까지 더해질 수 있다.

무리해서 한 끼에 많이 먹기보다 평소 식사량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 식사 뒤 가볍게 걷거나 가족과 산책하는 것도 명절을 보내는 방법이다. 과거 조상들이 먹고 난 뒤 씨름하고 강강술래를 했던 것을 떠올리면 오히려 전통적인 방식에 가깝다.

식중독에도 신경 써야 한다. ‘가을이니 괜찮겠지’ 하고 조리된 음식을 오랫동안 실온에 두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명절 음식의 경우 조리한 뒤 바로 먹고, 즉시 섭취하지 않을 경우 빠르게 식혀 냉장 보관할 것을 권고한다. 장거리 이동 시에는 보냉백이나 아이스박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육류는 중심온도 75도, 어패류는 85도에서 1분 이상 충분히 익히는 것이 식중독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선물 받은 과일도 아무렇게나 한데 넣어두면 오래 먹기 어렵다. 사과나 바나나, 복숭아처럼 에틸렌을 많이 발생시키는 과일은 다른 채소·과일의 숙성을 앞당길 수 있어 분리 보관하는 것이 좋다.

풍성한 한 상을 차리는 것만큼 남은 음식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버리는 양을 줄이는 것도 요즘식 ‘잘 보내는 추석’이다.

▲자료사진. 서울 한 전통시장에서 고객이 대추를 구매하고 있다.

◇ 한국에만 추석이 있을까…중국은 ‘월병’, 베트남은 ‘어린이 명절’

보름달과 수확을 기념하는 문화는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역시 음력 8월15일을 ‘중추절’로 쇤다. 가족이 모여 달을 감상하고 둥근 월병을 나눠 먹는다. 둥근 달과 월병에는 가족의 화합과 재결합이라는 의미가 담긴다.

한국 추석의 송편과 중국 중추절의 월병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둘 다 가을 보름날 가족과 나누는 대표 음식이지만 모양과 재료, 의미를 풀어내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베트남의 음력 8월15일은 분위기가 또 다르다. ‘뗏쭝투(Tết Trung Thu)’라고 부르며 오늘날에는 특히 어린이를 위한 축제로 유명하다.

아이들은 형형색색의 등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한다. 사자춤을 즐기고 월병을 먹는다. 베트남 관광 당국도 뗏쭝투를 ‘어린이 축제’로 소개한다. 본래 수확을 축하하는 의미도 지녔지만 현재는 아이들의 번영과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날이라는 색채가 강하다.

같은 음력 8월 보름을 두고도 한국은 조상과 수확, 가족 공동체의 의미가 강하고 중국은 가족의 재결합과 달맞이, 베트남은 어린이와 등불 축제가 두드러진다.

‘보름달’이라는 같은 자연현상에서 출발했지만 나라별 생활방식과 문화에 따라 전혀 다른 명절 풍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 차례 줄고 여행 늘고…추석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변신 중’

오늘날의 추석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대가족이 모두 모여 며칠간 음식을 만들던 모습은 줄었다. 차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지내지 않는 가정도 있다. 송편과 전을 직접 만들기보다 완제품을 구입하고, 긴 연휴를 활용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실제로 정부 역시 사회 변화에 따라 추석 풍습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해 왔다. 명절 음식을 직접 준비하는 대신 국과 반찬, 전, 송편, 잡채 등을 구입하는 가정이 늘어난 것도 대표적인 변화다.

유통업계도 달라졌다. 대용량 선물세트 일변도에서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상품이 늘고, 편의점에서는 1인용 명절 도시락을 판다. 호텔은 ‘추캉스’ 상품을 내놓고 테마파크와 관광지는 명절 연휴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추석의 풍경이 ‘고향집 거실’에서 백화점과 편의점, 호텔, 여행지로까지 넓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두고 추석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에는 직접 농사지은 곡식을 조상과 이웃에게 나눴다면 지금은 선물세트를 주고받는다. 직접 송편을 빚던 자리에 간편식과 배달음식이 들어왔고, 마을 사람들이 즐겼던 놀이의 자리를 테마파크와 여행지가 일부 대신한다.

형식은 바뀌었지만 먹을 것을 나누고, 쉬고, 만나고, 즐긴다는 명절의 핵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어쩌면 오늘날 추석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여기에 있다.

‘차례를 꼭 지내야 추석인가’, ‘고향에 내려가야 제대로 쇠는 것인가’를 따지기보다 오랜 시간 사람들이 왜 음력 8월 보름을 특별하게 여겨왔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봄부터 이어진 노동을 잠시 멈추고 수확을 축하했던 날. 막 거둔 음식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조상을 떠올렸던 날. 그리고 좋은 날씨 속에서 마음껏 먹고 놀았던 날이 한가위였다.

사는 모습은 크게 달라졌어도 풍요를 함께 나누고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쉬고 싶은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이 말은 제법 잘 어울린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여헌우 기자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