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유통팀이 ‘왜이래’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왜?’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물가가 요동치고, 기업 실적이 오르내리며, 유행이 뜨고 지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다. 단순히 현상을 나열하기보다 그 이면의 구조와 원인을 독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내는 게 목표다.
▲서울 근교에 있는 한 카페에서 판매하는 양쯔깐루 제품 이미지. 사진=여헌우 기자.
양쯔깐루(杨枝甘露) : 망고, 자몽, 타피오카 펄, 코코넛밀크 등을 조합해 즐기는 홍콩식 디저트.
양쯔깐루(양즈깐루)가 디저트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새콤달콤한 과일을 보다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으며 여름 대표 디저트로 급부상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이미 ‘제2의 버터떡’, ‘제3의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등 수식어가 붙은 상태다.
재료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레시피 변형이 다채로워 한동안 소비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해당 제품을 섭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외식 업계에서도 이를 활용한 제품과 메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 두쫀쿠·버터떡 다음은 양쯔깐루? 소비자 이목 집중
17일 업계에 따르면 양쯔깐루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는 올해부터다.
구글트렌드 관심도 통계를 살펴보면 ‘양쯔깐루’ 검색량이 처음 유의미한 수준으로 증가한 것은 올해 2월 첫째 주다. 이후 잠잠하다가 5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했고, 6월 마지막 주에 정점을 찍었다. 7~8월에도 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양쯔깐루가 가장 많이 언급된 시기인 6월 말을 기준(100)으로 놓고 관심도를 살펴보면 2월 첫째 주 50선, 5월 50~60선, 7~8월 30~70선 수준이다. 이 외 최근 5년간 모든 시기에는 ‘0’으로 표시된다.
그동안 몰랐던 음식이지만 올해 여름을 앞두고 급격히 인기가 뛰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양쯔깐루가 1~2월 인기 정점을 찍었던 두쫀쿠와 3~4월의 주인공이었던 버터떡의 뒤를 잇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자몽 망고 코코 프라푸치노’ 이미지. 자몽, 망고, 코코넛을 조합해 양쯔깐루를 연상시키는 맛이 난다. 사진=여헌우 기자.
트렌드를 일찍 쫓아간 업체들은 이미 수혜를 입었다. 일부 요거트 전문점이나 디저트 카페 등은 관련 신제품을 내놓고 적극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SNS에는 프랜차이즈별로 양쯔깐루 제품 맛을 비교 분석하는 글들이 다수 게재돼 있다.
유사 제품 판매량도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빙이 선보인 ‘자망코 설빙’은 작년 4월 출시 이후 이달까지 약 85만개가 판매됐다. 특히 ‘설빙표 양쯔깐루’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지난달 판매량이 올해 5월 대비 약 55%, 6월 대비 약 32% 증가했다.
자망코 설빙은 자몽, 망고, 코코넛(펄)을 조합한 디저트다. 망고요거트 아이스크림과 코코넛 펄, 연유 등이 함께 제공돼 양쯔깐루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고 소문을 탔다.
스타벅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자망코’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자몽 망고 코코 프라푸치노’가 양쯔깐루를 연상시키는 메뉴로 입소문을 탔다. 이에 힘입어 자망코는 현재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쯔깐루는 재료 대체나 레시피 조합이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전통 홍콩식뿐 아니라 고체형, 빙수형 등으로 소비되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여지가 많은 셈이다. 실제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최근 양쯔깐루를 재해석한 ‘양즈간루 케이크’를 출시했다.
◇ 달콤·상큼 과일이 포인트···맛 조절 용이해 디저트로 ‘합격점’
양쯔깐루를 기자가 직접 먹어보니 디저트로 ‘합격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과일의 조합인데다 맛 조절이 용이해 입맛대로 섭취할 수 있어서다. 자몽의 쌉싸름한 맛이 별로라면 망고와 크림 위주로 먹는다거나, 각종 크림·요거트 등을 더해 취향을 반영하는 식이다.
서울 근교에 있는 한 카페에서 제품을 주문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이 카페에서는 ‘상하이 양쯔깐루’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가격은 1만1900원. 망고를 길게 썰어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코코넛 크림과 자몽을 올린 형태였다. 자몽을 보기 좋게 썰고 펄과 연유로 풍미를 더한 게 눈길을 끌었다.
통망고와 자몽을 사용해 신선한 맛이 돋보였다. 칼로 제품을 자른 뒤 ‘원하는 조합’을 선택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연유 없이 망고·자몽 본연의 맛에 코코넛 느낌만 추가한 형태가 만족스러웠다.
▲디저트 프랜차이즈 요거트월드에서 ‘양쯔간루’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사진=여헌우 기자.
디저트 프랜차이즈인 ‘요거트월드’도 방문해 봤다. 매장 한가운데에 ‘양쯔간루 월드’, ‘양쯔간루 그릭’, ‘고체 양쯔간루’ 등을 소개한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특히 인기가 많은 고체 양쯔간루를 먹어보려 했지만 품절 상태였다.
스타벅스 자망코는 우리가 잘 아는 맛이었다. 자몽에 망고에 코코넛이다. 부드러운 코코넛 베이스는 음료 전체를 고소하게 만들어 준다. 달콤한 망고는 진한 과일의 단맛을 더해주고, 상큼 쌉싸름한 자몽이 전체적인 균형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동남아시아 휴양지를 떠올리게 하는 열대과일 음료다. 텁텁하거나 인위적인 단맛 없이 과일 본연의 맛을 잘 살려 산뜻했다.
CJ푸드빌이 출시한 ‘양즈깐루 케이크’는 부드러운 케이크 위에 자몽과 망고를 더한 제품이다. 생자몽 외에 과육도 추가해 식감을 살렸고, 코코넛밀크를 넣어 고급스러운 느낌도 준다. 이 역시 소비자가 입맛대로 취식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망고, 자몽, 케이크의 비율을 잘 조절하면 본인이 원하는 ‘최적의 맛’을 구현할 수 있다. 자몽보다 망고를 더 좋아하는 입맛이지만, 케이크와 함께 먹을 때는 자몽·코코넛밀크와 조합이 더 잘 맞는 듯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에서 판매하는 ‘양즈깐루 케이크’ 이미지. 사진=여헌우 기자.
▲GS25에서 구매할 수 있는 ‘떠먹는 양쯔깐루’ 제품 이미지. 사진=여헌우 기자.
저렴한 디저트를 찾는 이를 위한 선택지도 있다. 편의점 GS25에서는 ‘떠먹는 양쯔깐루’를 5000원 이하 가격에 판매 중이다. 과채가공품(살균제품)으로 망고다이스, 망고퓨레, 농축액 등을 넣어 만들었다. 원물 특유의 신선함은 부족하지만 베이스인 요거트 자체가 맛있어 끊임없이 먹고 싶은 맛이다. 양쯔깐루를 매번 즐기고 싶지만 금액이 부담스럽다면 대체품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전반적으로 쌉싸름한 맛보다는 달콤함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각종 양쯔깐루 제품을 먹어보니 대체로 ‘맛있다’는 평가를 내릴 만했다. 사실 원재료 자체가 맛없기 힘든 구성이다. 조합 자체를 취향에 맞게 조절하는 게 용이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는 분석이다.
◇ 어려운 제품명이 최대 ‘걸림돌’…레시피 변형 용이는 장점이자 단점
양쯔깐루는 앞으로 두쫀쿠나 버터떡 수준의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SNS 소비 패턴이 워낙 다양한데다 유행 변화의 속도도 빨라 앞날을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제품들을 접해보면 이 음식이 많은 이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할 수 있다. 다만 소위 ‘SNS 샷’을 올리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는지는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양쯔깐루 열풍의 최대 걸림돌은 ‘이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너무 어렵다. 발음이 어렵고 쓰기도 힘들다. 심지어 표기법까지 제각각이다. 주로 사용되는 명칭은 ‘양쯔깐루’지만 ‘양즈간루’, ‘양즈깐루’, ‘양즈깐루’ 등이 혼용된다. 프랜차이들도 헷갈리는 듯하다. 공식 제품명도 요거트월드에서는 ‘양쯔간루’, 뚜레쥬르는 ‘양즈깐루’를 사용했다.
▲서울 근교에 있는 한 카페에서 양쯔깐루를 판매 중이다. 사진=여헌우 기자.
국립국어원에 정확한 외래어표기법을 문의해 보니 ‘명확한 외래어 표기를 알기 위해서는 원어의 발음 및 그 발음 기호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杨枝甘露가 중국 표준어(보통화) 발음인지, 광둥어 발음인지를 먼저 확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홍콩식 디저트인데 상하이에서 인기를 끌어 국내에 유입된 거라 딱 잘라 분석하기가 어렵다.
‘중국어의 발음 부호와 한글 대조표’를 참고로 살펴보면 杨枝甘露는 ‘양즈간루’라고 표기하는 게 적합해 보인다.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표현이다. 기사에서는 통상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양쯔깐루’를 기본으로 표기했다. 각 기업이 출시한 제품명은 해당 업체가 사용한 표기법에 따라 썼다.
레시피 변형이 용이하다는 점은 양쯔깐루의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디저트 열풍이 지속된다 해도 언제든 다른 이름이 사용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미 설빙이나 스타벅스에서 ‘자망코’라는 이름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상태다. 자망코 역시 줄임말이지만 ‘양즈간루’나 ‘양즈깐루’ 등 중국식 제품명보다는 수명이 길 것으로 예상된다.
‘망고+자몽’ 또는 ‘망고+자몽+코코넛’ 등을 섞은 디저트가 소비자들의 사랑을 오래 받을 수 있지만 정작 양쯔깐루라는 명칭 자체는 잊혀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杨枝甘露를 직역하면 ‘버드나무 가지의 감로수’라는 뜻이다. 관세음보살이 버들가지와 감로수로 병을 고쳤다는 불교 설화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알려졌다.
취재 과정에서 양쯔깐루 재고 유무 등을 묻기 위해 수많은 음식점·카페 등에 전화를 걸었다. 수십통의 통화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대답은 이거였다. “양 뭐라고요?”
여헌우 기자 yes@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