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년 만의 연극 복귀한 이영애…“‘헤다’는 누구 속에도 존재하는 자아”

32년 만의 연극 복귀한 이영애…“‘헤다’는 누구 속에도 존재하는 자아”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배우 이영애가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했다.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고전 ‘헤다 가블러’. 지난 7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이번 연극에서 이영애는 주인공 ‘헤다’ 역을 맡아 심리적으로 복잡하고 해석이 다층적인 인물을 무대 위에 펼쳐내고 있다.

13일 기자들과 만난 이영애는 “헤다의 심리는 수학 문제처럼 풀기 어렵다”며 “1 더하기 1이 0이 되기도 하고 갑자기 4가 되는 여자”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연기한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관객도 함께 이 여자의 심리를 탐색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영애가 연극 무대에 선 것은 1993년 ‘짜장면’ 이후 처음이다. 30년 넘는 시간 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동해온 그는 이번 연극을 “오랜만이라 첫해에는 배가 부르지 못하다”고 표현하며, “아직 5회밖에 공연하지 않았지만 관객이 올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영애가 ‘헤다 가블러’를 선택한 이유는 작품성과 더불어 ‘타이밍’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입센 작품을 번역한 대학 은사 김미혜 교수가 노르웨이 훈장을 받는 자리에서 함께했던 대화가 계기가 됐다. 그는 드라마 촬영 직후 한 달간의 고민 끝에 무대에 오르기로 결정했다.

이영애는 ‘헤다’를 전형적인 ‘악녀’가 아닌 현대인의 고립된 자아로 해석하고자 했다. 그는 “사람이 많아도 혼자 떠 있는 이들이 많고, 가족이 있어도 외로운 이들이 있다”며 “헤다는 그런 소외된 존재를 대변하는 인물일 수 있다. 누구나 자신 속에 그런 헤다가 존재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연극이 단지 여성의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며, “결혼과 제도라는 틀에서 벗어난 질문을 넘어서, 인간의 내면과 욕망, 질투, 자아에 대한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연극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공연을 통해 무대의 매력을 새삼 느꼈다는 이영애는 “자주 기회가 있지는 않겠지만 또 무대에 서고 싶다. 대극장도 좋지만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호흡할 수 있는 무대도 욕심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극은 매회가 일회적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매번 변주하며 즐기고 있다. 끝까지 지켜봐 달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연극 '헤다 가블러'는 6월 2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