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대한항공 무인기, 스텔스 작전 중 ‘미끼’로 돌변…특허로 푼 ‘무인 윙맨’ 20년 비사

[단독] 대한항공 무인기, 스텔스 작전 중 ‘미끼’로 돌변…특허로 푼 ‘무인 윙맨’ 20년 비사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공동 개발해 현재 추진 계통 지상 시험을 진행 중인 저피탐 무인 편대기(LOWUS, Low Observable Wingman UAV System) 2호기 실물이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 현장에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대한항공이 현대 공중전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개념인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를 연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찰과 정밀 타격을 하며 유인 전투기를 호위하는 무인기로 하여금 미끼 역할까지 해낼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을 설계하고, 기체의 뼈대 설계부터 전파를 흡수하는 신소재·인공 지능(AI) 군집 지휘·보안 통신망에 이르기까지 전력화에 필요한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7일 본지 취재 결과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항공기술연구원이 지식재산처에 △스텔스 및 기만 능동 전환 구조 △전파 흡수 폼 코어 소재 △군집 무인기 동적 임무 할당 △암호화 영상 중계 등 6세대 무인기 핵심 특허 4건을 잇달아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일 기체로 ‘스텔스’와 ‘미끼’ 넘나드는 가변형 기체 구조

최근 출원된 기술 중 전술적 효용성이 가장 뛰어난 것은 ‘저피탐(스텔스) 및 기만 능동 전환 항공기 구조(출원번호 10-2024-0139360)’다.

지금까지의 스텔스 무인기나 적 방공망 교란용 기만기는 설계 단계부터 목적에 맞게 외형과 레이더 반사 면적(RCS)이 고정된다. 한 번 출격하면 다른 임무로 바꿀 수 없었다. 반면 이 특허는 하나의 무인기가 비행 중 두 가지 전술 모드를 물리적으로 전환할 수 있게 설계됐다.

비밀은 기체 외피를 두 겹으로 나누고, 그 사이를 기계적으로 벌리거나 좁힐 수 있게 만든 ‘구동기(모터)’에 있다. 외피는 전파를 흡수하는 ‘전파 흡수부’와 전파를 튕겨내는 ‘반사판’으로 나뉜다. 적진에 몰래 파고들 때는 구동기를 이용해 흡수부와 반사판을 진공 포장하듯 빈틈없이 밀착시킨다. 이때 입사된 레이더 전파는 두 층 사이에서 위상 변화를 일으켜 스스로 상쇄되는 ‘스텔스 모드’가 작동한다.

하지만 아군 전투기가 요격될 위기에 처하거나 적 방공망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미끼를 던져야 할 때 지휘 통제 명령이 내려지면 상황은 180도 바뀐다. 구동기가 작동해 전파 흡수부와 반사판을 기계적으로 밀어내 물리적 틈을 만든다. 이 순간 전파 흡수 기능은 작동하지 않고 벌어진 내부 공간에서 반사파가 비약적으로 증폭된다. 적의 레이더에는 이 작은 소형 드론이 갑자기 거대한 대형 수송기나 폭격기처럼 뚜렷하게 포착되는 ‘기만(Decoy) 모드’로 변신하는 것이다. 트랜스포머처럼 스스로 몸집을 숨기거나 부풀리는 능동적 전자전(AEW, Active Electronic Warfare) 전술이 가능해진다.

▲저피탐·기만 능동 전환 항공기 구조 시각화. 자료=지식재산처·대한항공 제공, 챗GPT 재구성

◇“비싼 스텔스 페인트는 끝”…뼈대가 전파 흡수하는 스마트 신소재

무인 윙맨은 소모성 무기인 만큼 가볍고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스텔스기들은 기체 겉면에 무겁고 비싼 특수 전파 흡수 도료(RAM, Radar Absorbing Material)를 두껍게 칠해야 했다. 이 때문에 기체가 무거워지고 잦은 재도색으로 유지비가 천문학적으로 들었다.

실제 F-22A 랩터의 경우 비행 1시간당 스텔스 도료 재도색 등 34시간의 정비가 소요된다. 미국 해군과 공군의 F-35 전투기의 스텔스 코팅은 연간 유지·보수 비용만 약 1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대한항공이 출원한 ‘전파 흡수 폼 코어 및 그 제조 방법(출원번호 10-2024-0139387)’은 페인트를 바르지 않고 기체의 뼈대 구조물 자체가 레이더를 빨아들이는 ‘전파 흡수 구조(RAS, Radar Absorbing Structure)’ 기술이다. 스티로폼처럼 가벼운 발포 폼 내부에 전기가 통하는 탄소 나노 튜브(CNT, Carbon nanotube) 입자를 고루 뿌리고, 전도성 특수 코팅 섬유를 스며들게 해 굳힌다.

적의 레이더파가 기체에 닿으면 겉에서 튕겨 나가는 대신 기체 내부로 스며들고, 뼈대 속에 얽힌 입자와 섬유 그물망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다중 산란(Multiple Scattering)’을 일으켜 열 에너지 등으로 소멸한다. 기체의 튼튼함과 깃털 같은 가벼움을 유지하면서도 스텔스 기능을 외피 자체에 심어 넣어 ‘값싸고 강한 무인기’의 대량 양산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전파 흡수 폼 코어 구조. 자료=지식재산처·대한항공 제공, 구글 생성형 AI 제미나이 재구성

◇돌발 변수 쏟아지는 전장…군집 드론 엉킴 없이 지휘하는 ‘AI 두뇌’

수십 대의 드론 편대를 동시에 통제하는 두뇌 역시 진일보했다.

기존의 무인기 지휘 시스템은 주어진 여러 목적지를 가장 짧게 한 번씩 도는 경로를 찾는 것과 같아 주로 수학적 모델인 ‘순회 외판원 문제’나 제한된 자원 내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임무만 골라 담는 모델인 ‘배낭 문제’ 알고리즘에 의존했다. 문제는 실제 전장에서는 드론이 피격을 당하거나 기상 악화로 연료가 급감하고, 갑자기 새로운 표적이 등장하는 등 동적 상황이 수시로 변한다는 점이다. 기존 모델은 이런 변수가 발생하면 연산에 과부하가 걸려 새로운 최적 경로를 짜는 데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대한항공은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공동 연구한 ‘동적 상황을 부여 가능한 무인 항공기의 임무 할당 방법(출원번호 10-2024-0139615)’ 특허를 통해 이를 해결했다. 개별 무인기의 수평·수직 비행 속도, 이착륙 연료 소모율, 탑재 무장 등 고유 특성을 ‘혼합 정수 선형 계획법(MILP, Mixed-Integer Linear Programming)’이라는 고도화된 최적화 방정식 모델에 대입한 것이다.

전황이 급변하더라도 지상의 통제 컴퓨터가 개별 무인기들의 남은 연료와 상태를 밀리초 단위로 실시간 연산해 가장 적합한 위치와 여력을 가진 기체에 정찰이나 타격 임무를 충돌 없이 즉시 재할당한다. 사람 한 명이 수십 대의 드론 편대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AI 사령관을 구축한 셈이다.

여기에 수십 대의 드론이 보내오는 고화질 영상을 지휘관들이 끊김 없이 볼 수 있도록 ‘복수의 무인 이동체 촬영 영상의 암호화 중계 방법(출원번호 10-2024-0139336)’도 적용했다. 무인기를 조종하는 핵심 신호는 철저히 1대1 무선 통신만 연결해 적의 전파 방해를 막고, 트래픽을 크게 유발하는 무거운 영상 데이터는 지상 통제소에서 암호화한 뒤 별도의 유선 인터넷(VPN 서버)망을 통해 지휘부로 쪼개 보낸다. 트래픽 과부하 상황에서도 비행 조종 신호가 절대 지연되지 않도록 보안과 안정성을 극대화한 이원화 통신 방식이다.

◇특허 데이터가 증명하는 대한항공의 무인기 체계 100% 국산화 4단계 궤적

▲대한항공은 서로 다른 기종 간 전장 정보를 상호 교환하며 다양한 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제공

본지가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이 지난 20여 년간 출원·등록한 방산 특허 연대기를 분석한 결과,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겪는 공학적 한계점들을 자체 기술로 돌파해 온 4단계의 궤적을 볼 수 있었다.

ⓛ“추락을 막아라”…초자율 비행 제어·시뮬레이션 환경 구축

새로운 무인기를 개발할 때 가장 큰 리스크는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한 고가의 시제기 추락이다. 대한항공은 2007년 등록된 ‘가상 비행시험 방법(10-0842105)’ 특허를 통해 이를 선제적으로 해결했다. 우선 드론을 실제로 하늘에 띄우지 않고 지상에 기체의 흔들림과 움직임을 똑같이 흉내 내는 3축 모션 장비를 만들고 이를 비행 제어 컴퓨터(FCC, Flight Control Computer)에 연결했다.

실제 제어기(하드웨어)를 가상으로 구현된 물리적 환경(디지털 트윈)과 연결해 실시간으로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기술인 ‘HIL(Hardware-In-the-Loop) 시스템’을 구축해 공중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하드웨어 결함을 사전에 100% 잡아내는 가상 현실 테스트 환경을 완성한 것이다.

더불어 신경망 회로를 이용해 비행 선형제어 오차를 스스로 수정하고(10-0842103), 활주로가 부족한 한국 산악 환경에 맞춰 드론 전방 카메라가 좁은 그물망의 모서리를 컨벌루션 연산으로 정밀하게 인식해 자동 회수되는 기법(10-0842101) 등을 이때 이미 확립했다. 무인기의 ‘안전하고 흔들림 없는 두뇌’를 가장 먼저 만든 셈이다.

②“거대 가마솥은 버린다”…복합재 양산 공정·구조 설계 고도화

비행 제어가 안정되자 대한항공의 다음 과제는 ‘드론을 어떻게 빠르고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것인가’였다. 기존 항공기 탄소 섬유 복합 소재를 구워내려면 ‘오토클레이브(Autoclave)’라는 거대하고 비싼 고온·고압 가마가 필수였다.

하지만 2013년 출원된 ‘복합재 제작 장치(등록 10-1440935)’ 특허는 이 상식을 깼다. 오토클레이브 없이 내부에 뜨거운 오일이 흐르는 유로을 파넣어 거푸집 자체가 스스로 열과 압력을 내는 ‘자체 가열·가압 전용 틀(몰드)’을 독자 개발해 낸 것이다. 이를 통해 기포나 주름 같은 결함 없이 비행기 날개를 빠르고 저렴하게 대량으로 찍어내는 공정 혁신(OOA, Out-of-Autoclave)을 이뤄냈다.

이와 함께 하드웨어 구조 설계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복잡한 3차원 블레이드 계산을 1차원과 2차원으로 분할 연산하는 비선형 등가 모델링(10-1499497), 게이지를 붙이기 힘든 부위의 피로수명을 풀 브릿지 회로와 수학적 선형 외삽법으로 정밀 측정하는 기법(10-1680090), 기체의 어느 부위가 언제 부서질지를 소프트웨어가 자동 연산해 최적의 뼈대 두께를 찾아내는 알고리즘(10-1507750) 등을 연달아 등록하며 양산 효율을 극대화했다.

③“번개는 막고 레이더는 삼킨다”…메타 물질 스텔스·동력 제어

기체 대량 양산 체계를 갖춘 2020년대부터는 적에게 들키지 않는 ‘생존성’ 확보에 역량을 집중했다.

일반적으로 복합재 항공기가 낙뢰를 맞으면 내부 전자 장비가 타버리기 때문에 표면에 구리 등 얇은 금속망을 씌운다. 하지만 이 금속망은 적의 레이더 전파를 거울처럼 그대로 반사시켜 스텔스 기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치명적인 모순이 있었다.

대한항공은 ‘낙뢰 보호 금속층이 삽입된 전자기파 흡수 폼 기반 복합재(등록 10-2635644, 10-2391715)’ 특허로 이 딜레마를 깼다. 얇은 절연 필름 위에 은(Ag)과 전도성 잉크로 11mm 크기의 미세한 특수 격자 무늬(PPS)를 정밀 인쇄했다. 이 패턴은 최대 200kA에 달하는 벼락의 에너지는 피뢰침처럼 밖으로 방전시키면서도 전투기 요격용 X밴드 레이더 전파가 날아오면 90% 이상 흡수하는 ‘메타 물질(Meta-material)’로 기능한다.

더불어 마이크로웨이브를 흡수해 고고도 결빙을 막는 자체 발열 뼈대(10-2378169)와, 발전기 부하와 배터리 전류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전력을 지능적으로 나눠 쓰는 하이브리드 발전 제어망(10-2022-0059993)을 구축해 무인기가 악천후 속에서도 더 오래, 안전하게 날 수 있게 만들었다.

④실전 투입을 위한 전술 체계 종합

이처럼 단계적으로 쌓아 올린 비행 제어 검증(1단계)→구조 양산 혁신(2단계)→메타 물질 스텔스·동력 확보(3단계) 등 탄탄한 뼈대 위에서 탄생한 것이 이번 신규 4건의 특허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능동 스텔스-기만 변환 구조’와 수학적 연산의 한계를 돌파한 ‘MILP 기반 군집 AI 두뇌’라는 마지막 전술적 퍼즐이 결합하며 당장 실전 투입을 가정한 6세대 무인 윙맨 체계의 완전한 조립(System Integration)이 이뤄진 것이다.

현재 국방 당국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국산 초음속 KF-21 전투기 호위용 ‘무인 윙맨’ 전력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체의 뼈대 설계부터 전파를 흡수하는 신소재·AI 군집 지휘·보안 통신망에 이르기까지 무인기 전력화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내재화 하고 관련 생태계를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해온 만큼 방대한 기술 축적량이 수주전의 판도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