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무안 참사 유족 법률 대리인단 감정싸움 격화…“허위 vs 비방”

[단독] 무안 참사 유족 법률 대리인단 감정싸움 격화…“허위 vs 비방”

▲2024년 12월 29일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오른쪽)이 사고 여객기를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사고의 유가족 대리인단 간 갈등이 노골적인 감정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손해배상 청구 소멸 시효 만료를 불과 4개월여 앞둔 중대한 시점에서 정식 소송을 주도하는 임치영 변호사 측과 선(先)협상을 추진하는 하종선 변호사 측이 격돌한 것이다. 양측은 소송 없는 막연한 합의 가능성 ·소멸 시효 산정·미국 법원의 관할권 각하(FNC) 리스크 ·사고 기체 결함의 결정적 원인 등 소송의 핵심 쟁점을 두고 서로를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임치영 법률사무소 씨앤와이 변호사는 하종선 법률사무소 나루 변호사가 정식 소장 제출 없이 미국 로펌 주도로 협상을 진행하려는 방식을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하 변호사가 유가족에게 제시한 위임 계약서에 핵심 파트너 로펌인 크라인들러 & 크라인들러의 서명이 공란인 점을 짚으며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비정상적 행태로 향후 유가족의 권리에 악영향을 미칠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식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보잉과 합의로 사건을 종결하겠다는 하 변호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며 디스커버리와 같은 소송의 압박 없이 가해자가 스스로 수천억 원의 배상 책임을 질 리 없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가만히 앉아서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라며 “보잉이 알아서 거액의 합의금을 준다는 것은 허위 사실로 가족을 잃은 유족의 고통을 처참히 무시한 것이고 몹시 무책임한 처사”라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하 변호사는 사실 관계가 전혀 다른 일방적 비방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출하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하 변호사는 파트너 로펌 크라인들러 & 크라인들러가 직접 보잉 측과 기체 결함 관련 협상을 긴밀히 진행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서명 누락 논란을 거듭 일축했다.

그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소송 전략을 함부로 비방하는 것은 도를 넘은 처사로 정말 화가 난다”며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소장을 내지 않고 선협상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외국 사고의 경우 미국 법원의 관할권 각하 위험을 피하기 위한 철저한 사전 방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헬리오스 참사 당시 섣불리 소송을 냈다가 실익 없이 각하된 선례를 들어 현재 소송 전략이 비밀 유지를 전제로 신중하고도 현실적인 접근임을 역설했다.

한편 임 변호사 측은 보잉의 전현 본사가 있는 버지니아나 일리노이 주법이 적용될 경우 소멸시효가 2년으로 대폭 단축될 위험성을 언급했다. 협상 절차만 굳게 믿고 기다리다 3년 내에 뒤늦게 소송을 제기하면 보잉이 시효 만료를 빌미로 기각을 신청할 것이라는 경고다.

미국 법원의 관할권 각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구역 소송 재판부 이송 결정문과 과거 실크에어 참사 판례를 핵심 근거로 내세우며 반박했다. 그는 설계 결함과 관련된 수많은 증인과 핵심적인 물적 증거가 온전히 미국 내에 존재하므로 보잉의 기각 신청은 무력화될 것이 확실시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 법원에 예비 소송을 병행하는 것 역시 패소 가능성 탓이 아니라 단순 시효 보전을 위한 당연한 법적 절차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소송 강행 전략의 정당성을 거듭 피력했다.

하 변호사는 2년의 단기 시효가 무조건 적용될 수 있다는 상대 주장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무리한 억지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현재 사건이 워싱턴주 연방법원으로 완벽히 병합된 만큼 객관적으로 워싱턴 주법에 따라 소멸 시효는 3년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허만 측도 초기에는 3년 시효를 안내해놓고 돌연 엉뚱한 주법을 끌어들인다고 꼬집었다.

관할권 각하 기각 전망에 대해 그는 “실크에어 판례는 극소수 예외일 뿐, 대다수는 미국 법원에서 매몰차게 쫓겨난다”며 “임 변호사 측은 90% 확률로 이긴다지만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상대 로펌이 진행 중인 시애틀 법원의 증거 개시 절차의 폭도 좁고 깊이도 얕아 보잉 측에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어 몹시 우려된다고 표명했다.

임 변호사 측은 사조위의 합동 정밀 조사 결과 문건과 미 연방항공청(FAA) 공식 문서를 핵심 근거로 제시하며 기체를 통제할 수 없게 만든 제작·설계 결함이 이번 참사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조종사가 엔진 출력을 낮추기 위해 스로틀 레버를 공회전 위치로 확실히 이동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우측 엔진 제어 장치가 명령을 무시하고 90%에 달하는 고추력을 비정상적으로 끝까지 유지했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이 같은 현상이 당국이 앞서 경고한 바 있는 제어 불가능한 고추력 조건에 부합한다며 항공 안전을 무시한 제조사가 온전히 책임을 지고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변호사 측은 자신들이 보잉 기체 결함을 국내에서 가장 깊이 연구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에게 디테일한 문제점들을 이미 모두 전달했다며 전문성을 내세웠다. 그는 허만 로펌 측이 과거 시애틀 법원에 낸 통합 소장 내용과 현재 주장하는 엔진 폭주 원인이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당초 소장의 핵심 주장은 엔진 출력이 55%로 급격히 감소해 간신히 비행했다는 것인데 돌연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과거에는 출력이 갑자기 줄었다고 분명히 명시해놓고 이제 와서 엔진이 폭주했다고 논리를 완전히 바꾼 것”이라며 상대 측 주장을 배척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