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제주국제공항에서 E-순환거버넌스 측 직원이 항공사들이 모아 둔 폐배터리 수거함을 재활용 센터로 옮기기 위해 차에 싣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공항 항공사운영위원회(AOC)
제주국제공항에서 승객이 두고 간 보조 배터리가 수거 주체에 따라 서로 다른 처리 경로로 향하고 있다. 항공사가 수거하면 비용 부담 없이 재활용 체계로 넘겨지지만, 한국공항공사가 수거하면 지정폐기물로 분류해 돈을 들여 육지 소각업체로 보낸다. 같은 공항에서 발생하는 폐보조 배터리의 자원 회수 여부와 처리 비용이 누구에게 인계되느냐에 따라 갈리는 것이다.
2일 본지 취재 결과 제주공항 항공사운영위원회(AOC)는 올해 8월부터 E-순환거버넌스를 통해 보조 배터리를 무상으로 수거·재활용하는 경로를 마련한 반면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은 수거한 배터리를 다른 물품과 함께 지정 폐기물로 일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는 배터리의 상태를 현장에서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공항 운영기관이 E-순환거버넌스와 연계해 보조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곳은 인천·김포·김해·대구공항이다. 제주공항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지만, 공항에 입주한 항공사들이 별도의 재활용 경로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 항공사 수거분은 무상 재활용…월 500∼600개 규모
제주공항 항공사들의 협의체인 AOC는 지난 8월 생산자 재활용 공제조합인 E-순환거버넌스와 업무 협약을 맺고 같은 달 25일 처음으로 배터리를 넘겼다. 수거한 배터리는 재활용 업체에서 작동 여부와 관계없이 방전·해체해 니켈·코발트·망간·리튬 등 핵심 소재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수거 대상은 항공사 카운터나 보안 검색대에서 반입 기준에 맞지 않아 적발된 배터리, 승객이 포기한 배터리, 기내에 두고 내린 배터리다. 불량이거나 손상된 배터리도 함께 넘긴다.
항공사는 E-순환거버넌스가 제공한 수거함에 배터리를 모아 소화기 옆에 보관한다. 수거는 매달 둘째·넷째 주 화요일에 이뤄지며 한 번에 5∼6상자씩 가져간다. 한 상자에 약 50개가 담기는 점을 고려하면 월 수거량은 약 500∼600개다. 항공사가 부담하는 수거 비용은 없다.
다만 취재 당시 제주공항에서 수거한 배터리의 최종 재활용까지 완료된 것은 아니었다. AOC가 넘긴 배터리는 우선 E-순환거버넌스가 직접 운영하는 제주리사이클링센터로 이동한다. 제주도 안에는 이를 처리할 시설이 없어 센터에서 드럼통에 모아 보관한 뒤 육지로 보낸다. 이후 수도권자원순환센터 등을 거쳐 민간 재활용업체에서 처리하는 구조다.
제주리사이클링센터 관계자는 “제주공항에서 수거한 배터리가 아직 육지로 보내지진 않은 상태”라며 지금까지 모인 양이 드럼통 3개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른 품목과 함께 운송하는 경우가 많아 첫 반출까지는 약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호 AOC 위원장은 “올해 7월까지 제주시 노형동 주민센터에 연락해 수거를 요청해 처리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수거 횟수도 제한돼 있었다”며 “제주항공 제주지점에서 E-순환거버넌스와 협력하자는 제안이 와서 8월부터 무료로 처리를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 공사 수거분은 지정폐기물로…육지 운반·처리에 비용 부담
한국공항공사가 수거한 배터리는 다른 경로로 처리된다. 공사는 승객이 반입 기준에 맞지 않게 가져온 배터리는 항공사가 처리하고, 탑승이 임박했거나 항공사와 연락이 닿지 않아 승객이 두고 간 배터리만 공사가 수거한다고 설명했다.
공사 제주공항은 이렇게 남은 보조 배터리를 무선 고데기·라이터 등과 함께 지정폐기물로 처리한다. 공사가 밝힌 보조 배터리 수거량은 하루 평균 약 25개다.
육지로 운반하는 업무는 ‘제주도지정폐기물운영위원회’가 맡는다. 명칭과 달리 제주도가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라 제주시에 신고된 민간 공동 수집·운반 기구다. 공사 제주공항을 비롯해 지정폐기물 운반을 맡기는 회원사는 250여 곳이다.
비용은 기본 회비에 무게에 따른 처리비를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공사는 지정폐기물 처리에 월평균 약 70만 원을 쓴다고 밝혔다. 다만 일반 건전지와 무선 고데기, 라이터 등도 함께 포함돼 보조 배터리만의 처리 비용은 따로 계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2024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제주에는 지정폐기물 소각·매립업체가 없었다. 위원회는 폐기물을 실은 트럭을 한 달에 두 번 배에 실어 대전과 울산으로 보낸다. 이를 넘겨받는 업체는 모두 지정 폐기물 소각업체다.
강동훈 제주도지정폐기물운영위원회 부장은 보조 배터리 역시 이 경로를 거쳐 소각장에서 태워 없앤다고 설명했다. 항공사 수거분은 소재 회수를 위한 재활용 체계로 넘기는 반면, 공사 수거분은 운반·처리 비용을 부담하고 소각업체로 보내는 셈이다.
▲그래픽=서동민 인턴기자
◇ 공사 “위험 여부 개별 확인 어려워”…재활용 확대 검토
공사는 배터리를 지정폐기물로 일괄 처리하는 이유로 안전과 현장 여건을 들었다. 공사 관계자는 “보안 검색 요원이 보조 배터리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현장에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배터리가 부풀어 올랐는지 등 화재 위험을 개별적으로 가려내기 어려워 한꺼번에 처리한다는 설명이다.
폐보조 배터리가 모두 지정 폐기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25년 12월 개정한 폐기물 관리법 시행 규칙에 따르면 폐리튬 배터리는 침수·화재·변형·파손이나 셀 손상 등으로 유해물질 유출, 화재·폭발 위험이 있는 경우 지정 폐기물로 분류한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배터리는 사업장일반폐기물로 구분한다.
한국공항공사는 올해부터 김포·김해·대구공항에서 E-순환거버넌스와 보조 배터리 재활용 시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특정 공제조합에 처리를 맡겨야 할 의무는 없으며, 다른 공항으로 확대하기에 앞서 시범 사업의 효과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재활용 사업 확대 여부에 대해 “지금은 검토 절차가 진행 중이고, 기본적으로 확장할 계획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서동민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