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옥부터 알짜 자회사까지 매각…건설업계, 유동성 확보 총력전

사옥부터 알짜 자회사까지 매각…건설업계, 유동성 확보 총력전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업계가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공사비 급등, 고금리 기조가 겹친 상황에서 내년에도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주요 건설사들은 사옥과 토지, 수익성 높은 자회사까지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올해 초 서울 잠원동 본사 사옥 매각을 위한 자문 절차에 착수했으며, 최근에는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읍 일대 군부대 부지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부지는 2017년 사드(THAAD) 배치 과정에서 성주 골프장을 제공한 대가로 정부로부터 받은 토지다. GS건설은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영기업 타카에 2027년 2월까지 1조6770억원에 매각했다. GS이니마는 지난해 12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핵심 자회사로 꼽혀 왔다. 신세계건설 역시 지난달 말 남여주레저개발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했으며, 앞서 레저사업부문을 1820억원에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산 매각이 잇따르는 배경에는 건설업계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2024년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부실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외감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44.2%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로, 1 미만이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비중은 △2020년 33.1% △2021년 37.7% △2022년 41.3% △2023년 43.7% △2024년 44.2%로 꾸준히 상승해 왔다. 업계 안팎에서는 외부 지원 없이는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기업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망 역시 밝지 않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세미나에서 내년에도 건설시장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하 기대와 공사비 안정 등 일부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착공 등 선행 지표 부진과 지역 간 양극화, 안전 규제 부담이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건설 투자는 약 2% 증가한 269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전문건설업 계약액도 올해 감소 이후 제한적인 반등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경기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워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며 버티자는 분위기”라며 “지금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현금 중심 경영’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