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고 싶어도 못 판다”…토허제·전세·대출 규제에 다주택자 퇴로 막혀

“팔고 싶어도 못 판다”…토허제·전세·대출 규제에 다주택자 퇴로 막혀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한인 5월 9일까지 ‘매도 계약’만 체결해도 중과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제약이 겹치며 실제 매물 출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는 이미 정해진 사안”이라면서도 “5월 9일까지 계약한 경우 중과세 유예를 국무회의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잔금·등기 완료를 기준으로 삼아왔던 적용 시점을 ‘계약’으로 넓혀 다주택자에게 시간을 주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1년 단위로 연장돼 온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p, 3주택자 이상은 30%p 이상 가산되며,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최고 82.5%에 달한다.

문제는 처분 여건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허가에만 2~3주가 소요되고, 잔금까지 포함하면 통상 3~4개월이 필요하다. 계약 기준 완화가 시간적 숨통을 트이게 하더라도 실거래까지 이어지기엔 촉박하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대통령이 “정당하게 증여세를 내고 증여하는 것도 잘못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배경 역시 매도를 독려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수요 측 제약은 더 크다. 6·27 대출 규제로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되고, 전입 의무와 10·15 대책의 2년 실거주 요건이 적용되면서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사실상 봉쇄됐다. 주담대 한도는 6억원으로 묶였고,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은 한도가 추가로 줄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4억6593만원으로, 매수자는 30억원 이상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다주택자의 보유 구조도 변수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를 위해 강남권 자가에 실거주하면서 비강남권·수도권 주택을 전세로 운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가데이터처 ‘2024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서울 다주택자는 37만1826명(14.0%)이며,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의 비중이 평균을 웃돈다. 장특공은 1가구 1주택 최대 80%, 다주택자는 최대 30%까지 공제돼 고가 주택을 오래 들고 갈 유인이 크다. 임차인의 잔여 계약기간이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토허구역 확대에 따른 전세 낀 매매 제한이 겹치면 기한 내 처분은 더욱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급매는 일부 나오겠지만 ‘물량 공세’로 이어지긴 힘들다고 본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갭투자가 막히고 전세 기간에는 매도도 제한돼 집주인이 처분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다주택 비중은 이미 감소 추세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국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16.38로 2023년 5월 이후 최저치다. 업계에선 “강남3구·용산은 장특공 유인이 강하고, 비강남·경기권은 토허제와 전세가 겹쳐 1년도 빠듯하다”며 “퇴로가 좁은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