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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美 해군 함정 첫 수주…3575억원 상륙함 계약에 추가 3척 옵션

▲한화 필리 조선소 전경.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이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 이후 처음으로 미 해군 함정 건조 사업을 따냈다. 약 3575억원 규모의 중형 상륙함(LSM) 1척을 건조하는 계약으로 추가 3척에 대한 옵션도 포함됐다. 미국 현지 조선소 확보와 인력·기술 투자를 바탕으로 상선 중심의 사업 영역을 해군 함정으로 넓히며 후속 수주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그룹은 한화디펜스USA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 해군 선박 건조·관리 업체(VCM)인 TOTE 서비시스(Services)와 LSM 1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계약 금액은 약 2억6900만 달러(약 3575억원)이며, 실제 건조는 한화 필리 조선소가 맡는다.

데이브 매코믹 미국 연방 상원의원(공화당·펜실베이니아주)이 지난달 30일 배포한 별도 자료에 따르면 이번 계약에는 추가 함정 3척에 대한 옵션이 담겼다. 현재 확정된 건조 물량은 1척이고 옵션이 행사되면 물량이 늘어나는 구조다. 착공은 2027년 4분기로 예정돼 있다.

이번 계약은 미 해군의 위임을 받은 TOTE 서비시스가 건조 업체를 선정하고 사업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VCM은 발주처를 대신해 선박 건조 계약과 관리 전반을 수행한다. TOTE 서비시스는 지난 7월 LSM 사업의 VCM으로 선정돼 2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LSM은 인도·태평양 등 분쟁 가능성이 있는 연안에서 미 해군과 해병대의 분산작전을 지원하는 원정작전용 상륙함이다. 병력과 장비, 보급품을 연안 지역으로 수송하고 전개하는 임무를 맡는다. 길이 100m, 폭 16m에 경하 중량은 약 2687톤이며, 항속 거리는 약 7400㎞다.

미 해군은 네덜란드 다멘(Damen)의 LST-100 설계를 토대로 LSM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상용 설계를 활용하고 여러 조선소에서 동시에 건조해 초기 전력화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전체 도입 계획은 35척으로 한화그룹에는 이번 계약의 이행 실적이 향후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한화 필리 조선소의 기존 건조 이력도 이번 사업과 맞닿아 있다. TOTE 서비시스는 경쟁 절차를 통해 안전과 품질, 납기 준수 실적 등을 종합 평가해 건조 업체를 선정했다. 한화 필리 조선소는 미 해사청의 국가 안보 다목적선(NSMV) 사업에서 TOTE 서비시스와 같은 VCM 방식으로 협업해 4척을 건조·인도했다. 한화디펜스USA 역시 올해 초부터 필라델피아 현지에 인력을 투입해 조선소의 해군 사업 준비를 지원했다.

한화그룹은 2024년 12월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뒤 미국 연방 정부를 고객으로 하는 선박 사업을 확대해 왔다. 올해 3월에는 한화 필리 조선소와 한화디펜스USA가 미 해군 차세대 군수 지원함(NGLS) 개념설계 사업에 참여했다. 7월에는 미국의 ‘골든돔’ 미사일 방어체계와 연계된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번 LSM 계약으로 해군 함정 분야에서도 설계 참여에 이어 실제 건조 실적을 쌓을 기회를 확보했다.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대표는 “2024년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한화그룹은 미 해군 등 연방 정부 고객을 위한 선박 건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인력과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해 왔다”며 “일정과 예산에 맞춰 함정을 인도할 수 있도록 TOTE 서비시스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은 이번 계약을 자국 조선업과 제조업 기반을 되살리는 투자 성과로 평가했다. 필리 조선소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매코믹 의원은 한화디펜스USA와 한화 필리 조선소의 사업 선정을 환영하며 현지 일자리와 산업 역량 확대에 의미를 부여했다.

매코믹 의원은 “펜실베이니아주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선도하며 일자리·제조업·새로운 기회를 우리 주에 다시 가져오고 있다”며 “한화그룹이 필라델피아에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투자 의지는 미국 노동자와 미국 산업에 투자할 때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의 조선 인프라와 생산 역량을 살펴봤다. 방한 기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만나 미국 조선업에 대한 추가 투자 기회를 논의했고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도 조선·방위산업 제조·기술 분야의 한미 협력과 대미 투자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

매코믹 의원은 특히 한화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필리 조선소의 50억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언급했다. 동맹국과의 협력이 미국의 선박 건조 역량을 회복하고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그룹은 조선소 인수 이후 투자를 이어가며 생산 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미 해군 함정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추가 3척 옵션과 향후 발주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을 양성하고 설비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첫 계약 함정을 일정과 예산에 맞춰 인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