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CI. 사진=박규빈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회사 한화오션의 흑자 폭 확대와 본체 항공우주 부문의 호실적에 힘입어 2026년 1분기 견조한 성장을 달성했다. 주력인 지상 방산 부문은 내수 R&D 비중 확대와 수출 인도 일정에 따라 1분기 일시적인 ‘숨 고르기’를 거쳤으나, 39조7000억 원의 사상 최대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2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예고했다.
특히 실적 발표 직후 이어진 IR 컨퍼런스콜에서는 올해 폴란드 인도 물량 가이던스와 미국·중동·유럽 수주 파이프 라인, 캐나다 방산 밸류 체인 연계 수출 등 시장의 이목이 쏠린 굵직한 현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질의응답이 오가며 향후 성장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2028년까지 11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로드맵과 주주환원 강화 방안도 함께 공개됐다.
◇오션·항공우주 ‘쌍끌이’ 호실적…“RSP 적자폭 대폭 축소”
3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 7510억 원, 영업이익 6389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 영업이익은 21% 증가했다. 세전 이익은 5546억 원(141%↑), 당기순이익은 52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8% 급증했다. 연결 기준 자산은 56조5428억 원, 부채 39조2031억 원, 순차입금 비율 41%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에서 공개한 엔진 3종 모형. 사진=박규빈 기자
전사 실적은 한화오션과 항공우주 부문이 든든하게 받쳤다. 한화오션은 조업일수 감소에도 LNG 운반선 등 △고가 상선 프로젝트 비중 확대 △환율 효과 △원가 절감 등에 힘입어 매출 3조2099억 원, 영업이익 4411억 원(71%↑)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13.7%를 달성했다.
항공우주 부문은 매출 6612억 원(25%↑), 영업이익 226억 원(533%↑)으로 폭발적인 이익 성장을 보였다. 군수·장기 공급 계약(LTA) 물량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글로벌 엔진 제조사와 함께하는 국제공동개발(RSP) 사업에서 수익성이 높은 애프터마켓(AM) 부품 매출 비중이 확대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컨퍼런스 콜을 통해 “1분기 GTF 엔진 인도 대수는 232대로 전년 동기(257대) 대비 다소 줄었으나, AM 매출 증가로 1분기 RSP 영업손실을 전년 동기(253억 원) 대비 대폭 줄어든 161억 원으로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 역시 방산 수출과 ICT 호조로 영업이익 343억 원(2%↑)을 냈다.
◇1분기 쉬어간 지상 방산…“2분기부터 폴란드·이집트·호주 물량 본격화”
그룹 방산의 핵심인 지상 방산 부문은 1분기 매출 1조 2211억 원(5%↑), 영업이익 2087억 원(31%↓)을 기록했다. 내수 매출(5697억 원)은 41% 늘었으나, 수익성이 높은 수출 매출(6514억 원)이 13% 감소한 탓이다.
이에 대해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담당 전무는 “1분기 수출은 폴란드 천무 발사대 일부 물량만 제한적으로 반영됐고, 내수 매출 역시 양산보다는 이익률이 ‘로우 싱글(Low-Single)’ 수준인 개발·정비 위주로 채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극적인 턴 어라운드가 예상된다.
한 전무는 “올해 연간으로 K-9 자주포 30문 이상, 천무 다연장 로켓 40대 이상을 폴란드에 인도할 계획”이라며 “2분기와 하반기에는 이집트 패키지·호주 레드백 장갑차·폴란드 물량에 국내 양산 매출까지 더해져 본격적인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시적인 1분기 매출 믹스 변화일 뿐, 호주·이집트·폴란드 등 주요 수출 사업의 마진율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미래 일감인 지상 방산 수주 잔고는 지난 1월 노르웨이 천무(1조3000억 원) 계약 등에 힘입어 39조7000억 원을 기록 중이며, 이는 연 매출 기준 약 3.5~4년 치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지난 4월 체결된 핀란드 K9 추가 수주(9400억 원)가 2분기에 반영되면 거뜬히 40조 원을 돌파하게 된다.
◇美 자주포 7월 윤곽·하이마스 지연 반사이익…글로벌 파이프 라인 ‘탄탄’
▲미 육군 자주포 현대화 사업을 겨냥한 ‘차륜형 K-9A2’ 모형.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이날 IR 질의응답에서는 북미·유럽·중동을 아우르는 글로벌 추가 수주 파이프 라인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오갔다.
한 전무는 “미국 차세대 자주포 현대화 사업에 독자 개발한 차륜형 자주포로 참여 중이며, 오는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과 연계해서도 현지 업체들과 K-9 등 지상 무기를 포함한 방산 밸류체인 구축 프레임워크를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라는 설명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경쟁 모델인 미국 록히드마틴의 ‘하이마스(HIMARS)’ 납기 지연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한 전무는 “경쟁 무기의 나토(NATO) 국가 인도 지연이 최근 2년간 심화되고 있어 납기·원가·제품 경쟁력을 갖춘 우리 ‘천무’에 호재”라며 “특히 폴란드에 설립한 천무 유도탄 현지 합작 법인(JV)이 지속적인 유도탄 수요를 선점하는 강력한 경쟁 우위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페인 현지 파트너와의 K9 현지화 사업도 논의 중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현지에서는 대공 방어 체계 수요가 급증하며 ‘천궁-II(M-SAM)’ 및 ‘L-SAM’의 조기 수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연됐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경비대(MNG) 수주 사업도 현지 정세가 안정화되는 하반기에는 가시적인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시장의 경우 K-9 2차 패키지 논의와 더불어 ‘비호복합(대공무기)’ 수출 가능성도 타진 중이다.
한편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설에 대해서는 “현재 관련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별도 기준 1분기 말 순차입금은 2조 3800억 원 수준이며 향후 방산 현지화 등 선제적 투자 및 운전자본 증가로 연말까지 다소 늘어날 수 있으나, 양호한 영업 현금 흐름으로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28년까지 11조 선제 투자…K-9 무인화·우주 경제권 아우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다목적 무인 차량들과 K-9A1 자주곡사포·K-10 탄약 운반 차량 모형. 사진=박규빈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압도적인 기술 격차 확보를 위해 2028년까지 11조 원 이상을 쏟아붓는 메가 투자 로드맵도 발표했다. 글로벌 해외 투자에 6조2700억 원, 지상 방산·항공우주 인프라에 3조2400억 원, 신규 R&D에 1조56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게 사측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K-9A1을 K-9A2(자동화 포탑)를 넘어 K-9A3(완전 무인화)로 진화시키고, 다목적 무인 차량(Arion-SMET)·전투용 무인 수상정·잠수정·차세대 소형 무인기 엔진·레이저 대공 무기(천광) 등 유·무인 복합 체계 기술을 앞당긴다. 우주 부문에서도 누리호 고도화·차세대 발사체 사업 체계종합은 물론, 한화시스템·쎄트렉아이와 연계해 위성 통신/관측 및 달·화성 탐사, 우주 자원 활용(ISRU)으로 이어지는 ‘저궤도 경제권’ 독자 밸류 체인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적극적인 투자 확대 기조 속에서도 주주 환원 정책은 한층 강화된다. ‘선(先) 배당금 확정, 후(後) 배당기준일 설정’ 제도를 정착시켜 주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올해 주당 배당금(DPS)을 3500원 이상으로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2024~2028년 평균 배당액 이상의 강력한 주주환원을 이어간다는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