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 은행권 대출금리가 눈에 띄게 하락하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3%대에 진입하는 등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점차 완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7월 시행 예정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를 앞두고 ‘막차 수요’가 급격히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9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4월 신규 취급 주담대 평균금리는 4.05%로, 전월(4.304%) 대비 0.254%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우리은행(4.23%→3.95%), 국민은행(4.16%→3.98%)은 3%대로 진입했다. 농협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도 각각 4% 초반대로 내려왔다.
서민금융을 제외한 신용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평균 4.35%로, 전월보다 0.204%포인트 하락했다. 농협은행은 0.26%포인트 하락하며 가장 큰 폭을 기록했고, 다른 은행들도 일제히 0.17~0.21%포인트 낮아졌다.
이 같은 금리 하락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이에 따른 은행채·코픽스 등 지표금리 하락 영향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예·적금 금리는 빠르게 낮추던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덜 내리며 이자마진을 유지하려는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엔 주담대 등 주요 대출상품 금리도 눈에 띄게 하락 중이다. 차주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부담 경감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또 다른 변수로는 7월 예정된 DSR 3단계 규제 강화가 있다. 이 제도는 대출 심사를 더 엄격하게 만드는 규제로, 실제 차주가 받을 수 있는 한도가 축소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규제 시행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막바지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43조848억원에서 이달 22일 기준 746조4917억원으로, 3조4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2조8443억원, 신용대출은 6187억원 늘었다.
월별 증가폭도 가파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3월 1조7992억원에서 4월 4조5337억원으로 확대됐다. 주담대는 3월 2조3198억원에서 4월 3조7495억원으로, 신용대출은 3월 3527억원 감소에서 4월 8868억원 증가로 전환되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금리는 떨어지고 있지만, 규제 시계가 다가오면서 시장은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리 하락에 따른 대출 증가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지만, 규제 시행 이후엔 급격한 수요 둔화와 자산시장 위축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