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 국내 주요 은행들이 올해 들어 대기업 대출을 대폭 늘리는 반면,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은 오히려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건전성을 우선시한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연체 위험이 낮은 대기업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한 결과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5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171조4184억 원으로 전월 대비 5조741억 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며, 올해 들어 누적 기준으로는 13조249억 원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기업 대출이 17조5371억 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대기업 대출이 전체 증가분의 약 74%를 차지한 셈이다.
반면 중소기업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달 말 기준 324조5555억 원으로 전월 대비 2684억 원 감소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감소세를 이어가다 4월에 반등했으나, 다시 한 달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연초 대비로는 1조663억 원이 줄었다.
자영업자를 제외한 중소기업 대출은 342조1857억 원으로 전월 대비 2조147억 원 증가했다. 이는 은행들이 우량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확대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는 자산 건전성을 우선한 은행들의 대출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내수 둔화와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0.71%로 전년 동기 대비 0.17%포인트 상승했고,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6%로 같은 기간 0.1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11%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여신 부문 부실채권 비율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난다. 올해 1분기 말 전체 기업여신의 부실채권 비율은 0.72%로 전년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으며, 개인사업자 부문은 0.60%로 같은 기간 0.19%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대기업 부실채권 비율은 0.45%로 소폭 하락했다.
이처럼 건전성 중심의 대출 행보가 이어지면서 금융권 일각에서는 자금 공급이라는 은행 본연의 역할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취약계층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자본비율 규제 완화를 통한 정책적 뒷받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CET1 비율 등 자본 규제를 맞추기 위한 리스크 관리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해 제도적 여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