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하며 경기 침체 경고음을 울렸다. 동시에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인하하며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5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2.50%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다시 2.0%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번 금리 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내수 부진 등 복합적인 경기 하방 요인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1분기 경제성장률이 -0.246%의 '깜짝 역성장'을 기록하며 경기 침체 신호가 명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0.8%로 낮춰 잡았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0.8%)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0%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1956년(+0.7%), 1980년(-1.5%), 1998년(-4.9%), 2020년(-0.7%) 등 극히 일부 위기 상황에 국한된다.
앞서 국내외 기관들도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0.8%, IMF는 2.0%에서 1.0%로 하향 조정했으며, 이는 아직 1분기 역성장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다행히 금리 인하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환율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4월 초 1480원을 넘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300원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미국 신뢰도 저하와 통상 협상 과정에서의 환율 압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둔화됐다. 1분기 가계대출은 2조8000억원 증가에 그치며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고,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도 부채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새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확장 재정에 맞춰 8월쯤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와 함께 재정 확대, 내수 부양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술 혁신, 저출산 해결, 생산성 향상 등 구조 개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환율 부담이 완화되며 금리 인하가 가능해졌고, 한은조차 성장률을 급격히 낮춘 상황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9%로 유지했으며, 내년 물가 상승률은 기존 1.9%에서 1.8%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