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서울뉴스통신】 신현성 기자 =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5회 연속 동결하고,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금리 인하’ 관련 문구를 삭제하며 시장의 인하 기대를 차단했다. 통방문 표현 변화와 포워드 가이던스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인하 사이클 종료를 공식화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5일 서울 중구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이번 결정은 전원일치였고, 이른바 ‘비둘기’로 평가되던 위원까지 동결에 합류하면서 정책 기조는 한층 매파적으로 기울었다. 특히 통방문에서 지난해 11월까지 담겼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라는 문구가 빠졌다. 대신 성장 회복을 지원하되 물가 흐름과 금융안정, 대내외 정책 여건을 면밀히 점검해 결정하겠다는 표현으로 정책 기조를 정리했다.
향후 3개월 내 금리 경로를 가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도 인하 기대는 약해졌다. 총재를 제외한 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현 수준 유지 의견을 냈고, 1명만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직전 회의에서 동결과 인하 의견이 팽팽했던 점과 대비되며, 동결 장기화 신호가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이창용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중요한 결정 요인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미 금리 역전 장기화와 대외 자본 흐름, 달러 강세가 맞물리며 원·달러 환율이 고점권에 머무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환율로 금리를 잡으려면 한 번에 200~300bp를 올려야 하는데, 그 경우 광범위한 고통이 발생한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인하 국면에서 ‘홀드’ 국면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외환시장 진단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현 환율 수준이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돼 있다며 “1480원대 환율은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 등 수급 쏠림을 위험 요인으로 꼽는 한편,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외환시장 불안이 커질 경우 정책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여지도 언급했다.
경기 판단과 관련해선 업종별 격차가 큰 ‘K자형 회복’을 언급했다. 반도체·조선·방산이 성장을 견인하는 반면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은 부진하다는 진단이다. 다만 과도한 비관론은 경계했다. 그는 AI와 반도체를 중장기 상향 리스크로, 지정학적 변수와 대외 불확실성을 하방 리스크로 제시했다.
한편 한은은 유동성 확대가 환율과 자산가격을 부추겼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총재는 임기 중 통화량 증가가 과도하지 않았다고 강조했고, 박종우 부총재보는 GDP 대비 M2 비율 논란에 대해 “한국 금융시장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며 최근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유동성을 지목하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