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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 발전사업 전담 법인 검토…내년 출범 추진

▲그래픽=전지성 기자

삼성이 반도체 생산시설에 필요한 전력을 직접 확보하기 위해 발전사업 전담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 산하 자회사 또는 별도 계열사 형태가 유력하며, 올해 내부 준비를 거쳐 내년 출범을 목표로 관련 조직과 인력 구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I와 반도체 산업 확대로 삼성전자 공장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조달이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생산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근 산업부와 한국전력 출신을 비롯한 에너지·전력 분야 전문 인력을 잇따라 영입한 것도 발전사업 역량을 그룹 내부에 축적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은 발전사업 전담 법인 설립을 위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기존 국내외 발전 프로젝트 개발과 EPC(설계·조달·시공), 신재생에너지 사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삼성물산 산하 자회사 형태가 우선적으로 거론되지만, 그룹 계열사로 별도 출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명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삼성에너지’, ‘삼성파워’ 등 에너지 사업의 성격을 드러내는 이름들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는 사업구조와 역할, 조직 형태를 정하는 초기 준비 단계인 만큼 실제 출범 과정에서 명칭과 지배구조는 달라질 수 있다.

삼성이 발전사업 전담 조직 구축에 나선 가장 큰 배경은 반도체 생산시설의 급격한 확대다. 평택캠퍼스를 비롯해 향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대규모 신규 투자가 예정되면서 발전소 건설과 전력망 확보가 공장 건설만큼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삼성의 움직임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미 발전사업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 E&S를 중심으로 LNG 발전과 집단에너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GS그룹도 GS EPS와 GS E&R 등을 통해 민간발전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에너지를 합병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LNG 발전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한화그룹 역시 한화에너지를 중심으로 LNG와 신재생 발전사업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AI와 반도체 산업 확산으로 전력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제조기업과 에너지기업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평택 1GW LNG발전소 이후부터 직접 자가발전 추진할 듯

다만 당장 추진 중인 평택캠퍼스 1GW급 LNG 열병합 발전사업은 삼성의 신설 법인이 직접 맡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평택 P5·P6 생산라인에 필요한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500MW급 2기, 총 1GW 규모의 LNG 열병합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며 GS와 한화에너지, E1 등 기존 민간 발전사업자들이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이 평택 사업을 민간 발전사에 맡기는 것은 발전사업 진입 초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이 발전소 건설과 프로젝트 투자 경험은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대규모 LNG 발전소를 직접 개발·운영하거나 장기 LNG 도입선을 확보해 연료를 조달한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LNG 발전사업은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LNG 장기계약과 현물 조달, 가스터빈 운영, 전력시장 제도, 정부 인허가, 탄소배출 관리까지 전문적인 운영 역량이 필요하다. 최근 삼성전자가 평택 발전소에 수소 혼소 목표까지 요구하고 있는 만큼 연료 조달과 수소 전환 전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평택 프로젝트에서 기존 민간 발전사의 운영 경험과 연료 조달망을 활용하면서 발전사업 전반의 노하우를 축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전소 건설 경험과 직접 발전사업을 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며 “특히 LNG는 발전설비뿐 아니라 연료 조달과 전력시장, 인허가까지 함께 봐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전문 발전사와 협력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후 직접 발전사업의 본격적인 무대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평택과 달리 장기적인 준비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향후 반도체 생산시설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경우 필요한 전력 규모 역시 크게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평택 사업을 통해 발전소 개발과 운영, 연료 조달, 수소 혼소, 인허가 등 전반적인 구조를 파악한 뒤 신설 발전법인을 활용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차기 프로젝트에서는 직접 발전사업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평택은 생산라인 증설 일정이 촉박해 삼성이 처음부터 모든 발전사업 리스크를 떠안기보다는 기존 발전사와 협업하는 방향이 합리적”이라며 “향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사업에서는 자체 발전 역량을 확보할 필요성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반도체 넘어 발전과 전력망 사업까지 수직계열화

삼성이 발전사업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은 아니다. 삼성물산은 국내외에서 복합화력·신재생 발전소의 EPC와 개발사업을 진행해왔으며 강릉에코파워에도 지분 투자를 하고 있다. 해외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개발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다만 기존 사업이 발전소 개발·건설과 투자 중심이었다면 이번에 검토되는 전담 법인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과 직접 연결된 전력 조달 역량을 그룹 내부에 구축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글로벌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들이 원전·SMR·가스발전·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체 전력 확보에 나서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대규모 전력 소비 기업이 직접 발전 역량을 갖추는 흐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기업이 발전회사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구조였다면 AI 시대에는 안정적인 전력 확보 자체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삼성의 전담 법인 검토는 반도체 투자가 발전과 전력망 사업까지 기업 전략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