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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에 문 열린 전력망…K-전선·전력기기 ‘내수 슈퍼사이클’ 오나

▲국가기간 전력망 건설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내수 전력인프라 시장의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챗GPT

국가기간 전력망 건설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내수 전력인프라 시장의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전력에 집중됐던 사업 부담이 민간으로 분산됨에 따라 전력망 구축과 기자재 발주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를 중심으로 이어진 전선·전력기기의 수출 슈퍼사이클이 내수시장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21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인 20일 본회의를 열고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전기사업법 △전원개발촉진법 등 세 법의 개정안을 통칭하는 ‘전력망 3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현행법상 송전사업자인 한전이 전담하던 국가기간 전력망 건설 사업에 민간사업자가 한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전력계통 연결을 효율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개정은 급증하는 전력망 건설 수요를 한전의 인력과 재원만으로 적기에 소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 발전설비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늘어나면서 송·변전망 확충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이번 개정에 따라 이미 예정된 대규모 전력망 투자에도 속도가 붙게 될 경우, 그동안 북미권을 중심으로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누려 온 국내 전선·전력기기 업계의 성장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8년까지 국내 송·변전망 확충에 필요한 투자비는 총 72조8000억원에 달한다. 법 개정으로 새로 창출되는 시장은 아니지만, 사업 주체가 민간으로 확대되면서 투자계획의 집행 속도를 높일 여지가 생긴 셈이다.

특히 전력망 확충은 초고압 지중·해저케이블과 가공송전선 등 송전선로뿐 아니라 초고압변압기와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차단기 등 변전설비 수요를 동반하는 만큼,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으면 전선·전력기기 전반의 기자재 발주도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노후 전력인프라를 교체하고 초고압 송전망을 확충하려는 만큼 관련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 사업이 활성화되면 국내 수주 비중과 매출이 확대되는 모멘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노후 전력인프라 교체와 함께 345kV급 이상 초고압망과 HVDC 등 대용량 송전망 구축이 확대되고, 이러한 사업 추진이 한층 가속화함에 따라 고부가 중심의 내수 수주 기회가 커질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국가기간 전력망 건설 사업의 주체 확대가 실제 사업 가속화로 이어질지 여부는 변수다. 그간 전력망 건설 사업의 주요 병목지점인 주민 수용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민간 자본과 인력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사업 지연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력인프라 발주가 급증하면서 일부 핵심 기자재의 생산 슬롯이 이미 수년치 채워졌다는 점 역시 변수다. 이미 수년치 일감을 확보한 업체들이 수익성 중심의 선별수주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내수시장 확대가 곧바로 국내 수주 확대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예컨대 초고압변압기의 경우, 북미권 AI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으로 관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외 업계의 수급 불균형이 지속 심화하는 추세다. 업계에선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업계의 초고압변압기 리드타임(발주→납품)이 최대 4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력망 투자가 확대되면 당연히 업계에도 새로운 수주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발주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요 업체들의 변압기 생산 슬롯은 3~4년가량 차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없는 슬롯을 새로 만들어 국내 물량에 배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결국 민간 참여가 전선·전력기기업계의 ‘내수 슈퍼사이클’로 이어질지는 실제 전력망 사업과 기자재 발주 시점을 얼마나 앞당기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민간 자본과 인력 투입이 주민 수용성 등 기존 사업 병목 해소와 맞물리고, 핵심 기자재의 공급 여력까지 적기에 확보될 경우 북미를 중심으로 이어진 전력인프라 호황이 국내시장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