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 올해 들어 5월까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일반기계, 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5월 누적 대미 수출액은 509억 달러로 전년 동기 533억 달러 대비 4.5% 줄었다. 특히 자동차는 3개월 연속, 일반기계는 5개월 연속, 반도체는 최근 2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를 보였다.
자동차는 지난해 342억 달러 수출로 효자 품목으로 꼽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가 본격화된 4월 이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월에는 전년 대비 31% 감소한 22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2월 반짝 회복세를 보인 뒤 3월부터 5월까지 다시 세 달 연속 감소했다. 특히 5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27.1% 줄어든 25억2,000만 달러로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5~9월)을 앞두고도 자동차 수출이 증가하지 못한 점은 이례적이다.
일반기계 수출도 미국 건설경기 침체와 함께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여기에 기본 관세 10%가 추가로 부과되며 수출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 줄어든 10억4,000만 달러였으며, 2월 -24.5%, 3월 -10.4%, 4월 -21.8%를 기록한 데 이어 5월에도 -2.2% 감소한 11억8,000만 달러에 머물렀다.
반도체 수출 역시 마찬가지다.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미 수출은 4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1월 8억2,000만 달러(+76%), 2월 7억 달러(+27%), 3월 10억8,000만 달러(+3.5%)로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4월에는 5억7,000만 달러로 -19.9%, 5월에는 7억5,000만 달러로 -4.7%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역성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반도체에 대해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중국 내 중간재 수출 감소로까지 이어져 패키징 장비 등 관련 하위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7월 8일까지 대미 관세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협상지원반 △산업협력반 △에너지협력반 △무역투자대응반 등 4개 작업반을 중심으로 ‘줄라이 패키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협상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계획됐던 한미 정상회담이 중동 정세로 인해 무산되면서 관세 협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당초 정상 간 합의를 토대로 실무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그 출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20여 일 남은 마감 시한 내 협상 타결 여부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7월 8일 이후 상호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관세 협상이 길어지거나 협상이 결렬돼 상호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는 물론 전체 대미 수출 품목에 연쇄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