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341억 유령 계산서로 800억 아파트 사냥"…한국자산신탁-금융당국 ‘위험한 커넥션’ 의혹

    [단독] "341억 유령 계산서로 800억 아파트 사냥"…한국자산신탁-금융당국 ‘위험한 커넥션’ 의혹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 국내 부동산 신탁업계의 ‘공룡’ 한국자산신탁(이하 한자신)이 300억 원대 허위 세금계산서를 매개로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려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자본금 1억 원짜리 특수목적법인(SPC)이 800억 원대 아파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실체 없는 ‘341억 원’이 서류상으로만 오갔고, 이 기형적 거래의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관피아(관료+마피아)’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단독 입수한 국세청 심문조서, 내부 계약서, 녹취록 등을 바탕으로 신탁업계의 구조적 모순을 집중 분석한다.

    ◆ 341억 원의 실체… “용역은 없었고 계산서만 있었다”

    본지가 확보한 해운대세무서의 ‘범칙혐의자 심문조서(2021년 3월 8일)’에 따르면, 충북 보은군 ‘신한헤센아파트’ 인수를 위해 설립된 SPC ‘보은파트너스’의 전 대표 A씨는 국세청 조사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

    A씨는 “실제 분양대행 용역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자백했다. 당시 보은파트너스는 한자신과 341억 원 규모의 분양대행 용역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는 실재하지 않는 ‘유령 용역’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할인 분양의 명분을 쌓기 위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며 “제공하지 않은 용역 수수료 채권을 만들어 아파트 매매대금 잔금과 상계 처리했다”고 진술했다.

    즉, 현금이 오가는 대신 허위 용역비로 아파트 값을 치른 셈이다. 실제로 2020년 1월 13일 발행된 수정세금계산서에는 공급가액 마이너스(-) 310억 원이 기재됐다. 이는 당초 거래가 허위였음을 스스로 인정한 물증이다. 조세범처벌법상 가공 거래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사진 1] 341억 원 ‘유령’ 세금계산서의 실체 (사진 설명: 본지가 입수한 2020년 1월 13일자 수정세금계산서. 총 341억 원이 마이너스(-) 처리되어 있다. 이는 당초 매출이 실체가 없는 ‘허위’였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사진 2] “용역 제공 없었다” 대표자의 자백 (사진 설명: 해운대세무서 심문조서 내용. SPC 전 대표 A씨는 “실제 용역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며 허위 발행 사실을 시인했다.)

    ◆ “법률상 불이익도 네 탓”… 노예계약 방불케 한 ‘갑질’

    한자신이 내세운 계약서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독소 조항들이 발견됐다. 본지가 입수한 ‘부동산매매계약 특약사항’ 제2조 3항은 “매수자(을)에게 사실상, 법률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으며, 매도자(갑, 한자신)는 이와 관련한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매도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까지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약관은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며 “사실상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는 불공정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제8조 1항에서는 “매수자는 매매대금과 별도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조세 부담까지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불공정 행위라는 지적이다.

    [사진 3] 헌법 위에 군림하는 ‘면책’ 조항 (사진 설명: 한국자산신탁의 부동산매매계약 특약사항. “신탁사는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초법적 문구가 명시돼 있다.)

    ◆ 국세청·금융당국의 ‘기묘한 침묵’

    문제는 이러한 불법 정황에도 불구하고 감독기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수년 전 해당 약관에 대해 시정 권고를 내렸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동일한 계약서가 통용되고 있다. 공정위 시정명령 의결서 작성 과정에서 ‘관할법원 합의 조항’이 삭제됐다는 의혹이 담긴 녹취록까지 공개됐지만, 진상 규명은 요원한 상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역시 수천 건에 달하는 불공정 약관 민원을 개별 건으로 축소 해석하며 전수 조사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세당국인 국세청의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언론중재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국세청은 유착 의혹을 제기한 타 언론사(‘J’ 매체)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세무조사를 했다”고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SPC 대표 등 ‘깃털’만 처벌하고, 정작 거래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의심되는 ‘몸통’인 신탁사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4] 국세청의 민감한 반응 (언론중재위 결정문) (사진 설명: 국세청은 최근 신탁사 유착 의혹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국세청은 원칙 수사를 강조하고 있으나, 사건의 본질 규명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 한국자산신탁 “적법 절차”… 멈추지 않는 진실 공방

    이에 대해 한국자산신탁 측은 “해당 거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으며, 세금계산서 발행 등은 실무상의 착오일 뿐 고의성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불공정 약관 논란에 대해서도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특약”이라며 법적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국세청 심문조서에 담긴 구체적인 자백과 마이너스 세금계산서라는 물증은 이러한 해명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금융 사고를 넘어 신탁업계의 구조적 비리와 감독기관의 방조가 결합된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다”며 “검찰과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철저한 재수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