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경영평가 'E등급' 한국관광공사, '3000만 유치' 목표 현실성 논란

    [단독] 경영평가 'E등급' 한국관광공사, '3000만 유치' 목표 현실성 논란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  한국관광공사가 오는 2028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신임 박성혁 사장 체제 하에 AI와 데이터를 접목한 관광 산업 대전환을 예고했으나, 관광업계와 전문가들은 공사의 경영 실적과 구조적 문제를 들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공사가 내부 체질 개선 없이 수치 목표 제시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 '마의 2000만' 벽, 10년째 제자리… 근거 부족한 장밋빛 목표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2026년 10대 대표 사업'을 발표하며 외래 관광객 유치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역대 사장들의 재임 기간 실적 데이터와 대조할 때, 이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목표치 인플레이션'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014년 변추석 전 사장 재임 시절부터 공사는 '외래 관광객 2000만 명 유치'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이후 정창수, 안영배 전 사장에 이르기까지 10년 넘게 동일한 목표를 반복했으나, 해당 수치는 단 한 번도 달성되지 않았다. 김장실 전 사장은 목표치를 3000만 명으로 상향했으나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통계청과 관광 지표 분석에 따르면, 한국 관광 시장의 성장은 공사의 주도적인 모객 정책보다는 외부 환경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6.8%), 2017년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22.7%),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85.6%) 등 대외 리스크 발생 시 관광객 수는 급감했다. 이는 공사가 독자적인 위기 관리 능력이나 안정적인 모객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데이터다.

    박성혁 사장은 내년도 관광객 증가율을 기존 6.8% 수준에서 17~18%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 없이 목표치만 급격히 올리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 경영평가 최하위 'E등급', 경영 시스템 난맥상 드러나

    한국관광공사의 내부 경영 지표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한국관광공사는 최하위 등급인 'E(아주 미흡)' 등급을 기록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기관의 비전, 경영 효율성, 사업 성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E등급은 기관 운영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2년간 이어진 CEO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임 사장의 중도 사퇴와 직무 대행 체제, 이에 따른 리더십 공백 기간 동안 조직의 주요 사업 추진 동력이 저하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장 부재 기간 동안의 관광객 회복세는 엔데믹에 따른 자연적인 기저 효과 외에 공사의 적극적인 전략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수장 공백기 동안 조직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된 결과가 경영평가 성적표로 나타난 것"이라며 "무너진 경영 시스템을 복구하는 것이 급선무임에도 외형 성장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 야놀자리서치 "구조적 불균형 심화… 관광 수지 적자 우려"

    민간 연구 기관의 보고서 역시 한국 관광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야놀자리서치가 최근 발간한 '대한민국 인·아웃바운드 관광 불균형 해소 방안' 보고서는 현재의 관광 산업 구조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진단했다.

    보고서 전망에 따르면, 2026년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여행) 관광객 수는 최대 2126만 명으로 예측되는 반면, 같은 기간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 여행) 수요는 3023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들어오는 관광객보다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관광 수지 적자'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내국인들의 국내 여행 기피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우리 국민의 54.1%가 국내 여행의 가치를 해외여행의 절반 이하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수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외국인 3000만 명 유치 목표는 기반이 취약한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국내 여행 구조 개선 없이는 목표 달성이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 서울 쏠림과 지방 소멸의 이중고… "질적 성장 전환해야"

    관광객의 수도권 편중 현상 또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현재 방한 외국인의 70~80%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서울 지역의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문제를 야기하는 동시에, 지방 관광 산업의 소멸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한국관광공사의 양적 팽창 위주 정책이 자칫 지역 관광 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 원장은 "단순히 전체 입국자 수를 늘리는 정량적 KPI(핵심성과지표)에서 벗어나, 외국인이 지방 공항을 통해 지역으로 직접 유입되는 직통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3000만 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되기보다 관광 생태계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에 집중된 관광 콘텐츠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내국인조차 외면하는 국내 관광의 경쟁력을 높이는 '경영의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가 단순 수치 목표 제시를 넘어 실질적인 관광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