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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1%로” 트럼프…‘매파 워시’에 건넨 한마디는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케빈 워시 연준 의장(사진=로이터/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만큼 케빈 워시 연준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관계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은 16일(현지시간)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p) 높은 3.75~4.00%로 인상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미국 상단 기준 1.00%p로 벌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인상해 현재 3.00%로 운용하고 있다.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도 추가 긴축 가능성이 나타났다. 19명의 FOMC 위원 중 16명은 올해 말까지 최소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6월 점도표에서는 올해 전체를 기준으로 최소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이 6명에 그쳤다.

또 8명의 위원은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추가로 0.25%p 더 높아져야 한다고 전망했다.

정책 방향을 미리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워시 의장은 이번에도 자신의 금리 전망치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번 금리 인상은 물가 불안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성장과 고용이 비교적 탄탄해 금리를 올릴 여력이 있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준은 FOMC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오늘의 정책 조치는 위원회의 2% (인플레이션) 목표로 보다 적시에 복귀하는 것을 뒷받침할 것이다.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시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 및 신용 여건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에 보다 부합하도록 완화적 정책 기조를 일부 제거했다”며 “오늘의 조치는 우리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며 물가 안정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특히 워시 의장이 “완화적 정책 기조를 일부 제거했다”고 언급한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게이픈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매파적인 발언”이라며 “연준 의장이 현재 정책을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판단한다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TD증권의 오스카 무뇨스 수석 매크로 전략가도 “연준은 현재 분명히 인플레이션을 더 우려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오늘 금리를 올렸고 추가 인상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최근 경제 지표를 보면 노동시장을 포함한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를 웃돌고 있으며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 역시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는 “이 세 가지 요인이 모두 오늘의 확고하고 만장일치인 결정을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트레이더(사진=로이터/연합)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상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는 1%이거나 그보다 낮아야 한다”며 “우리가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모든 나라, 즉 대부분의 국가와 교역을 중단한다면 최소 연간 1조5000억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를 떠받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다”며 “미국의 금리를 낮춰라. 그것도 빨리 낮춰라”고 촉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뢰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선거 유세 행사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직접 지명한 워시 의장을 여전히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나는 케빈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시 의장과 통화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통화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설득하려 하지는 않았다면서 “어차피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사회와 같은 쪽에 투표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워시 의장에게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면서 “그에게 충분한 표가 없기 때문에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아무리 일을 잘해도 그에게는 적대적인 이사회가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당분간 자신이 직접 지명한 워시 의장에게 일정 수준의 재량을 허용할 의사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동시에 연준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워시 의장은 앞으로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과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사이에서 복잡한 관계를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