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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하이닉스 언제 팔까”…‘AI 관련주’ 거품논란 확산 [머니+]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거품 우려로 지난주 크게 흔들렸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당분간 조정장세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이번 하락을 AI 랠리의 끝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AI 거품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하는 반면,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2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지난주 뉴욕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AI 반도체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여겨지는 마이크론이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애플의 가격 인상과 오픈AI 관련 악재가 겹치면서 AI 및 반도체 관련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그 결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주 7.94% 급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4.60% 하락했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5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미국 AI 대표주인 엔비디아는 한 주 동안 8% 넘게 떨어졌고 브로드컴(-11.26%), 샌디스크(-4.30%)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마이크론은 호실적에 힘입어 낙폭을 0.15%로 제한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뉴욕증시발 충격은 국내 증시로도 번졌다. 이날 오후 1시 11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7% 내린 8296.00를 기록 중이다. 지수는 장중 한때 8140.31까지 밀리기도 했다.

지난 23일 13% 가량 폭락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각각 5.23%, 3.89% 하락하면서 지수에 하방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사진=로이터/연합)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RBC블루베이자산운용의 마야 후나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본 AI 관련주가 오는 7~8월에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비중을 일부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AI 투자 증가세가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인식과 계절적 리밸런싱이 맞물리면서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AI 관련주는 국가를 가리지 않고 높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만큼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증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대표 AI 관련주인 어드반테스트와 소프트뱅크, 키옥시아는 현재 각각 4%, 5%, 7% 안팎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다만 후나키 매니저는 단기 약세에도 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봤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AI 산업에 우호적인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투자심리도 회복되면서 AI 관련주가 내년까지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지만 AI 관련주는 구조적으로 장기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AI 투자 비중은 유지하되 현금 비중을 소폭 늘리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AI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나키 매니저는 최근 AI 랠리로 닛케이225지수 내 일부 대형 종목에 투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상위 종목 비중은 소폭 줄이고 AI 중·소형주 비중을 늘리는 한편, 그동안 소외됐던 가치주를 함께 편입하는 이른바 ‘바벨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벨 전략은 고위험 자산과 저위험 자산을 동시에 편입해 위험을 분산하는 투자 방식이다.

▲트레이더(사진=UPI/연합)

반면 이번 하락이 단순한 숨 고르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대표 헤지펀드들은 AI 열풍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거품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경고음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앞두고 2007년 증시 고점을 예측해 유명세를 탄 양둥이 설립한 윌스프링 자산운용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글로벌 AI 관련주는 ‘슈퍼 버블’ 상태에 진입했고, 붕괴 시점이 머지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하이 반샤 투자운용도 앤트로픽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AI 거품이 터질 촉발 요인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AI 거품이 당장 붕괴하기보다는 마지막 상승 국면을 한 차례 더 거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임스 라일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코스피를 중심으로 나타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특히 우려된다며 이 같은 수준의 급락은 과거 아시아 외환외기, 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서만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라일리는 “이번 변동성은 시장에 과도한 거품이 형성됐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현재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꼬집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후 추가 보고서에서 “AI 랠리가 마지막 국면에 접어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식시장 거품이 붕괴 직전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현재 AI 열풍이 견조한 기업 실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닷컴버블과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기업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진 점은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시가 ‘블로 오프'(거품이 터지기 직전 단계)를 향하고 있어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S&P500지수가 올해 말 8250까지 오른 뒤 내년 말에는 6500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