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치도 못했다”…김용범 정책실장 한마디에 코스피 ‘냉온탕’ [머니+]

“예상치도 못했다”…김용범 정책실장 한마디에 코스피 ‘냉온탕’ [머니+]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12일 개장 직후 코스피가 8000선 턱밑까지 치솟았다가 돌연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2.29% 내린 7643.15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1.68% 오른 7953.41로 출발한 뒤 장 초반 7999.67까지 치솟으며 사상 첫 8000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 특히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날도 나란히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자 시장에서는 ‘8천피(코스피 8000)’ 돌파가 유력하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장중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자 지수도 급격히 밀리기 시작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코스피는 한때 5.12% 급락한 7421.71까지 떨어졌다. 이날 장중 고점과 비교하면 58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으로 발생한 수익을 활용해 ‘국민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코스피가 크게 흔들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민배당금 정책의 범위를 두고 혼란이 커졌다”며 “실제 배당금 규모나 구체적인 시행 방식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고 짚었다.

이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끌어낸 결과가 아니다”라며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적었다.

이어 “구조적인 초과 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제도화할지에 대한 여러 참고 모델이 있다. 노르웨이는 1990년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한 바 있다”며 “(한국의 경우에는) 가칭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라며 “과실의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김 실장이 기업 초과이익에 대한 새로운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AI 붐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하자 코스피 낙폭은 다소 축소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 대비 2.28% 내린 2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29만1500원까지 치솟으며 2018년 액면분할 이후 최고가(28만8500원·지난 11일)를 갈아치웠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며 한때 6.83% 급락한 26만6000원까지 밀렸다. 삼성전자가 하락 마감한 것은 6거래일 만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전장 대비 2.39% 내린 183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한때 196만7000원까지 오르며 전날 기록한 사상 최고가(194만9000원)를 다시 경신했지만 오전 10시를 전후해 급격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한때 4.04% 내린 180만4000원까지 떨어졌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가 하락 마감한 것도 7거래일 만이다.

▲5월 12일 블룸버그 메인 화면 모습. 이날 블룸버그는 한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으로 발생한 수익을 활용해 ‘국민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코스피가 크게 흔들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또 “이번 논란은 AI 시대에 빈부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세계 각국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사례”라며 “특히 한국에서는 글로벌 AI 인프라 붐의 수혜를 입은 산업계가 이익을 사회와 더 많이 공유해야 한다는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배 급증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익성이 높은 기술기업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영업이익이 23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 연구소의 크리스티 탄 선임 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김 실장의 AI 국민배당금제 제안은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것이지만 납세자 입장에서는 결국 자신들이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롬바르드오디에의 이호민 전략가는 “이번 급락은 예상치도 못한 김 실장의 배당금 발언이 직접적인 촉매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김 실장이 횡재세 도입이 아니라는 점을 부인하면서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코스피 상승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AI 수혜주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급락이 예고된 변동성이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DS자산운용의 윤준원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유동성이 집중되는 편중된 장세 속에서 투자자들은 언제든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번 코스피 급락이 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