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 본사(사진=AFP/연합)
세계 주요 산유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을 사상 최대 폭으로 인상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6일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5월 아시아로 수출되는 아랍 경질유(아랍 라이트)의 OSP를 벤치마크 대비 배럴당 19.50달러로 책정했다.
OSP는 사우디가 아시아로 수출하는 원유 가격을 두바이·오만산 원유의 평균 가격에 할인 또는 프리미엄(할증)을 더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5월 물량에 적용된 프리미엄은 당초 정유업계가 예상했던 배럴당 40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역대 최대 수준의 인상 폭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사우디는 점유율 방어 차원에서 지난해 12월 OSP를 벤치마크 대비 배럴당 1.00달러 높게 책정한 바 있다. 이는 같은 해 11월 프리미엄(2.20달러)보다 낮아진 수준이다. 이후 아람코는 올해 1월과 2월 프리미엄을 각각 0.60달러, 0.30달러로 낮췄고, 3월에는 벤치마크와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OSP를 벤치마크 대비 배럴당 2.50달러로 높이더니 5월에는 배럴당 19.50달러의 ‘역대급 프리미엄’이 적용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인 2022년 아람코가 책정한 최고 프리미엄은 배럴당 9.80달러였다.
▲2021년~2026년 아시아로 판매되는 아랍 경질유에 적용되는 프리미엄 추이(사진=블룸버그)
사우디의 OSP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등 걸프 지역 산유국들의 수출 가격 책정에 기준 역할을 하며, 아시아로 공급되는 하루 약 9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OSP 인상은 국내 정유업계에는 통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만큼 원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뒤흔들렸기 때문이다. 이란은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며 페르시아만 인근 국가들의 원유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렌트유 가격은 50% 이상 급등했고, 각종 연료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현재 걸프 지역 산유국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대체 수출 경로를 보유한 국가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두 곳뿐이다. 아람코는 홍해 연안으로 이어지는 송유관 가동을 하루 700만 배럴로 최대치까지 끌어올렸으며, 이 경로를 통해 하루 약 500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다. 이는 전쟁 이전 전체 수출 물량의 약 70% 수준이다.
사우디는 현재 서부 얀부항을 중심으로 아랍 경질유와 초경질유(엑스트라 라이트)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가 최근에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중질유 계열 원유 생산은 대부분 축소된 상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