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비판한 레오 14세 교황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 데 이어,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처럼 묘사한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행동을 둘러싼 종교적 해석을 놓고 교황과 정면충돌하는 와중에 ‘신적 연출’까지 겹치며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교황 레오는 범죄 문제에 나약하고 외교 정책에서도 형편없다”며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교황은 원치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으로 막대한 양의 마약을 유입시키고, 살인자와 마약 밀매업자 등을 포함한 수감자들을 우리나라로 보낸 베네수엘라를 미국이 공격한 것을 끔찍한 일이라고 여기는 교황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교황은 원치 않는다”며 “나는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고, 범죄율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역사상 최고의 주식시장을 만들어내는 등 내가 선출된 이유에 맞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레오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인선’이었다는 점에서 감사해야 한다”며 “교황 후보 명단에도 없었지만, 단지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나를 상대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그 자리에 앉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백악관에 없었다면 레오는 바티칸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레오는 교황으로서 본분에 충실하고 상식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며 “급진 좌파에 영합하는 것을 멈추고 정치인이 아니라 위대한 교황이 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의 현재 행보는 본인뿐 아니라 가톨릭교회에도 큰 해를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글을 올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처럼 묘사한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추가로 게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사진에는 붉은 겉옷을 입고 병든 사람을 치유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료진과 군인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 같은 행보는 종교를 이란 전쟁 정당화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자신을 비판한 교황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초의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는 그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해왔으나, 이란 전쟁을 계기로 관련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레오 14세는 지난 10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는다”며 “평화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과거에 칼을 들었고 오늘날에는 폭탄을 떨어뜨리는 이들의 편에 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군사 행동은 자유나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며 “평화는 오직 공존과 대화를 끈기 있게 증진할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는 이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국방부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종교적 의미로 해석하며 정당화해온 것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하나님은 선하기 때문에 전쟁에서 우리 편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역시 이번 충돌을 “하나님의 섭리 아래 수행되는 전쟁” 또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수행되는 성전”으로 표현하는 등 종교적 수사를 사용해왔다. 특히 헤그세스 장관은 부활절 기간 이란에서 구조된 미군 조종사의 생환을 예수의 부활에 비유하며 “하나님은 선하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엑스 화면캡쳐)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게시한 이미지는 온라인상에서도 논란이다. 엑스의 한 게시물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로 묘사한 이미지를 공유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루시퍼조차 이런 짓은 부끄러워할 것”, “자아가 한계를 넘어서면 현실과 종교마저 콘텐츠가 된다”, “왕들조차 스스로를 신과 비교하지 않았는데 트럼프는 곧장 그 경지로 올라섰다” 등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