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E칼럼] 자원 안보 시대, 한국과 캐나다의 전략적 연결

[EE칼럼] 자원 안보 시대, 한국과 캐나다의 전략적 연결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에너지 질서는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화석연료가 재부상하고,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전력 수요 확대가 촉발된 것에 더해, 에너지 및 자원 공급망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마저 높아지면서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인식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의 에너지 전환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환경적 차원을 넘어서서 디지털 혁명과 맞물리며 산업 정책적 성격을 띠게 되었고, 이제 전쟁 국면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와도 결합하였다. 이는 한국과 같은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에게는 미래 산업 전략과 직결되는 사안이자,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 속에서 경제 안보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이 있다.

지난 3월 27~28일 양일간 서울에서 열린 한국-캐나다 포럼에서 필자는 이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디지털 산업까지—거의 모든 미래 산업은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과 같은 핵심광물에 의존한다. 핵심광물은 단순한 원자재가 아니다. 공급망을 통제함으로써 산업을 좌우할 수 있는 ‘지정학적 자산’이다.

한국의 현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제시하는 한국의 연간 에너지 수입액은 2024년 기준으로 약 226조 원, 광물 수입은 약 33조 원으로, 이를 합치면 약 260조 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 전체 수입액의 약 30%에 해당한다. 호르무즈 사태가 불러온 나비효과를 떠올리면, 석유·가스보다 더 지역 편중이 심한 핵심광물 공급 구조는 훨씬 더 큰 경각심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코발트 생산은 콩고민주공화국(DRC)에 집중되어 있으며, 니켈은 인도네시아, 리튬은 호주와 남미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핵심광물의 정제·가공은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인데,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흑연 하나만 보더라도 98%가 중국에서 가공된다. 이러한 구조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울 수밖에 없다. 중동에서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에너지 가격이 흔들리는 것처럼, 핵심광물 역시 언제든지 자원 안보를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에너지 안보와 자원 안보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 본질은 결국 지정학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원 빈국이자 섬과 같은 지리적 구조에 처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분명하다.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캐나다의 전략적 가치를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는 단순한 자원 공급국이 아니다. ‘신뢰 가능한 공급망’을 제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캐나다는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 다양한 핵심광물을 보유한 자원 부국이다. 동시에 G7 국가로서 안정적인 제도와 높은 환경·사회 기준을 갖춘 국가이기도 하다. 반면 한국은 배터리, 전기차, 소재 가공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즉, 양국은 구조적으로 보완적인 관계다. 한쪽은 자원과 생산 생태계를, 다른 한쪽은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조합은 단순한 교역 관계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다.

더 중요한 점은 지정학적 환경이다. 한국과 캐나다는 서로 간의 국제정치적 갈등이 발생하기 힘든 거리로 떨어져 있지만, 열린 바다인 북태평양을 통해 교역이 이루어지므로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주요 초크포인트(chokepoint)가 부재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미 한국과 캐나다 관계는 2022년 이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지만, 이를 기반으로 양국 간 협력은 더욱 견고해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국과 캐나다 간에는 단순 에너지 및 자원 교역을 넘어 공동 투자로 전환하여 이익 배분 구조를 제도화하고, 배터리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밸류체인을 통합하며, 이를 뒷받침할 금융을 포함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의 시대는 동시에 자원 안보의 시대다. 그리고 이 새로운 질서 속에서, 한국과 캐나다 간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이 재확인되고 있다.

ek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