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이란 전쟁도 벅찬데”…‘슈퍼 엘니뇨’에 글로벌 경제 비상 [Q&A]

“美·이란 전쟁도 벅찬데”…‘슈퍼 엘니뇨’에 글로벌 경제 비상 [Q&A]

▲2019년 엘니뇨 현상으로 말라버린 미국의 한 호수(사진=AFP/연합)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로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올해 역대급 엘니뇨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최근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엘니뇨 발생을 공식 선언했다. 세계 주요 기상기관 가운데 처음 나온 공식 발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 6~8월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이 80%라는 전망을 최근 내놨다.

이번 엘니뇨는 특히 강력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 기후예측센터(CPC)에 따르면 2027년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이번 엘니뇨가 이른바 ‘슈퍼 엘니뇨’로 확대될 확률이 67%에 달한다.

엘니뇨의 발생은 글로벌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이미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는 보고서를 통해 엘니뇨와 전쟁의 복합 충격이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식품 가격 상승 압력이 큰 개발도상국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등을 토대로 엘니뇨와 관련한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엘니뇨란 무엇인가

엘니뇨는 1600년대 페루 어부들에 의해 처음 관측됐다. 크리스마스 무렵 태평양 해수가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지는 현상이 나타나자 이들은 이를 아기 예수를 뜻하는 스페인어 표현인 ‘엘니뇨 데 나비다드(El Niño de Navidad)’라고 불렀다.

평상시에는 무역풍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면서 따뜻한 태평양 해수를 아시아 방향으로 밀어낸다. 그러나 엘니뇨가 발생하면 무역풍이 약해지거나 방향이 반대로 바뀐다. 그 결과 따뜻한 바닷물이 아메리카 대륙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태평양 중부와 동부 해역의 수온을 높인다. 이 과정에서 대기 순환 구조도 변화해 폭풍의 이동 경로와 강수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감시구역(북위 5도~남위 5도, 서경 170도~120도)의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 기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발생한 것으로 본다. 온도차가 1.5도 이상이면 강한 엘니뇨, 2도 이상이면 매우 강한 엘니뇨를 의미한다.

올해의 경우 매우 강한 엘니뇨의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자 ‘슈퍼 엘리뇨’란 용어가 등장했지만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이나 WMO는 이를 공식 용어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

매우 강한 엘니뇨는 드문 현상이다. 1950년 이후 발생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이며, 가장 최근 사례는 2015~2016년이었다. 일반적으로 엘니뇨 강도가 강할수록 극단적 기상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반드시 그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폭염(사진=AFP/연합)

— 엘니뇨는 얼마나 자주 발생하나

엘니뇨의 발생 주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2~7년마다 나타나며 강도와 지속 기간도 각각 다르다. 직전 엘니뇨는 2023~2024년에 발생했다. 엘니뇨는 일반적으로 12월에서 다음 해 1월 사이 정점을 찍지만 그 영향은 수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

— 엘니뇨는 날씨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엘니뇨가 태평양에서 방출하는 열은 대기를 가열하며 전 세계 평균 기온 상승을 유발한다. 이에 과학자들은 2027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5~2016년 발생했던 슈퍼 엘니뇨 당시 수온 상승 폭은 2.4도에 달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2016년 연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1도 높은 13.6도를 기록해 역대 가장 더운 해 중 하나로 기록됐다.

다만 엘니뇨의 영향은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호주와 동남아시아, 미국 북부, 캐나다는 평년보다 덥고 건조해지면서 가뭄과 산불 위험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미국 남부와 아르헨티나, 동아프리카, 동아시아 일부 지역은 비가 많이 내리면서 홍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올해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는 세계기상기구(WMO) 자료들(사진=AFP/연합)

— 엘니뇨의 경제적 파장은

엘니뇨는 폭풍과 가뭄 위험, 농작물 수확량, 에너지 수요 등을 예측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후 신호로 꼽힌다.

발전사들은 엘니뇨 전망을 통해 냉난방 수요를 예측한다. 기온 상승은 냉방용 전력 소비를 늘려 전력망 부담과 정전 위험을 키울 수 있다. 강수량 감소는 수력발전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원자재 업계 역시 농업 생산과 광산 운영, 석유·가스 생산, 해상 운송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주시한다. 가뭄이 심화하면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의 수위가 낮아져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악화될 수 있다.

농작물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 최대 선물중개업체 마렉스는 강한 엘니뇨가 팜유와 커피, 설탕, 밀, 쌀 등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작황 악화가 심화될 경우 주요 생산국들이 식량 수출 제한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상 컨설팅업체 글로벌 웨더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의 크리스티안 베르너 대표는 “인도가 곡물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할 경우 글로벌 농산물 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엘니뇨는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획량 감소가 농작물 생산 감소와 맞물릴 경우 글로벌 식품 가격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

— 기후변화가 엘니뇨에 영향을 주고 있나

과학계에서는 기후변화가 엘니뇨의 발생 빈도와 강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초기 기후모델들은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엘니뇨 발생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엘니뇨의 반대 현상인 라니냐가 상대적으로 더 자주 나타났다.

다만 과학계에서는 기후변화가 엘니뇨의 파급효과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는 점차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더운 지역은 가뭄이 더욱 심해질 수 있고, 따뜻한 공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기 때문에 폭우와 홍수의 강도 역시 커질 가능성이 높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