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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채 사주던 일본이”…글로벌 ‘머니무브’ 시작되나 [머니+]

▲일본 엔화(사진=로이터/연합)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3%선을 돌파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글로벌 자금흐름이 큰 변화를 겪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글로벌 채권시장으로 향했던 일본 자금이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일본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채권시장의 ‘큰손’ 역할에서 물러날 경우 미 국채금리 상승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장 대비 5bp(1bp=0.01%포인트) 가량 하락한 2.954%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금리는 지난 1일 장중 3%선을 넘어선 데 이어 전날에는 3.023%까지 치솟았다.

이날 금리가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간밤 미 국채금리가 약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벤치마크 금리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2일(현지시간) 장중 4.821%까지 올랐다가 전장보다 0.2bp 내린 4.793%에 마감했다. 이날 아시아 거래에서도 4.765% 수준으로 추가 하락했다.

그럼에도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3%를 넘어선 것은 단순한 일본 정부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을 넘어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로이터통신은 짚었다. 일본은 미국 국채의 최대 해외 보유국인 동시에 세계 각국 국채시장에서도 적극적인 매수자였던 만큼 일본 자금의 이동 방향이 바뀔 경우 글로벌 채권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심화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 보유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현재까지 일본이 보유한 약 2조4000억달러 규모의 해외 채권을 대규모로 매각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는 없지만,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비중은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달 22일까지 해외 채권을 3조엔(약 25조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는 글로벌 채권시장이 급락했던 2022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가장 큰 순매도 규모다.

호주와 영국, 싱가포르의 채권 딜러와 자산운용사들도 최근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매수 수요가 약해지는 흐름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의 마이클 위드너 글로벌 채권 공동 총괄은 “일본 투자자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이 같은 흐름을 체감하고 있다”며 “일본 투자자들은 아마 25년 정도 엔화 표시 자산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지만 이제 일본 자산의 매력이 높아지면서 자산을 다시 배분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일본 심플렉스자산운용의 치바 도시노부 펀드매니저도 최근 미 국채에 대해 약세 전망으로 돌아선 반면 일본 국채를 매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10년물 일본 국채금리가 3%를 넘으면 매수하기가 쉽다”며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자금을 빼 일본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일본 10년물(붉은색), 5년물(푸른색), 2년물(녹색) 채권금리 추이(사진=로이터/연합)

일본 국채의 투자 매력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크게 높아진 채권수익률이 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년 동안 3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1%포인트 상승해 미·일 국채금리 격차는 100bp 이상 축소됐다. 일본 투자자 입장에서는 높은 환헤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미 국채를 매입해야 할 이유가 줄어든다.

실제로 JP모건자산운용이 일본 기업연금 82곳을 대상으로 실시해 전날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채권 보유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한 연기금의 순비중은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들 연기금은 높은 환헤지 비용 때문에 해외 채권 보유를 계속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즈호은행의 나카지마 마사유키 선임 전략가는 “일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환헤지 기준으로 일본 국내 채권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진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에서 일본 채권시장으로 자금을 이동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는 물론 프랑스와 호주 등 주요국 국채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을 대규모로 매도하지 않더라도 신규 매수 규모를 줄이는 것만으로 글로벌 채권 수요가 약화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에 따라 주요국 채권 금리가 추가 상승해 글로벌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인트 제임스 플레이스의 저스틴 오누에쿠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 국채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미국 국채와 글로벌 채권을 사들이던 한계 매수자가 갑자기 줄어들게 된다”며 “궁극적으로 일본 채권과 해외 채권 사이의 상대적 가치 차이가 줄어들고 있는데 이 부분이 실제로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루 마사히코 수석 채권 전략가는 “핵심은 일본 자금의 대규모 회귀가 아니라 일본이 점차 해외 채권의 한계 매수자 역할을 중단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일본에서 추가적인 채권 수요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간 프리미엄이 상승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