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서울뉴스통신】 권나영 기자 = 각국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2025 서울 세계도시문화축제’가 최근 막을 내렸다. 중국 하이난(海南)성 우즈산(五指山)시에서 온 류샹란(劉香蘭)은 현장에서 직접 베틀을 잡고 실크 사이사이에 정교한 무늬를 넣는 리(黎)족 견직물을 제작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중국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리족 전통 견직물 염색 및 자수 기술을 보유한 국가급 계승자다.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로, 앞서 2012년 열린 여수세계엑스포에서 리족 견직물 직조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3천 년 넘게 전해져 내려온 리족 견직물 직조 기술은 중국 방직물 역사에 있어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지난해 12월 유네스코(UNESCO)는 리족 전통 견직물 염색 및 자수 기술을 ‘긴급보호가 필요한 무형문화유산 목록’에서 ‘인류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전환했다. 이는 리족 견직물 직조 기술의 문화적 포지션과 국제적 영향력이 확대된 것으로 평가된다.
무형문화유산은 국제적 문화 교류 및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이난은 리족 견직물 등 무형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제주도 등 지역과 활발히 교류했다.
우즈산 대표팀이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열린 탐라문화제에 참가한 데 이어 올 4월엔 오영훈 제주도지사 일행이 우즈산시를 찾았다. 한국 측 인사들은 우즈산 방문을 통해 리족 견직물에 대한 이해를 높임과 동시에 섬세하고 아름다운 도안과 독특한 직조 기술에 감탄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궈량(陳國樑) 우즈산시 시장은 일련의 교류를 통해 중∙한 양국 간 무형문화유산 계승 및 보호와 문화 관광 등에서 심도 있는 협력을 전개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즈산시는 리족 무형문화유산 계승 및 발전을 위해 제주 고유의 해녀문화 관광 모델을 벤치마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하이난은 해외 우수 사례의 벤치마킹과 더불어 무형문화유산 계승자 확대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하이난에서 리족 견직물 계승자는 이미 2만 명 이상으로 확대됐으며 하이난성 내 초∙중∙고교 100여 곳에 리족 견직물 직조 기술 수업을 개설했다. 또한 리족 견직물 직조 관련 산업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도록 ‘리족 견직물 견직 기술 보호 및 발전 5개년 행동 계획’을 수립했다.
리족 견직물의 상품화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즈산 리족 무형문화유산 공방에선 직물 공예가들의 손끝에서 정교한 공예품들이 탄생되고 있다. 이곳은 기술 훈련, 제품 디자인, 외주 작업 등을 통해 현지 여성 수백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득을 늘려줬다. 그들이 만든 제품은 한국, 러시아, 싱가포르 등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
“원래 집에서 농사만 짓던 농촌 여성들에게 리족 견직물 직조 기술을 교육해 전통 문화와 수공예 기술이 전승됩니다. 이는 현지 여성들의 소득 증가와 더불어 삶의 질 향상이라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류샹란의 말이다. 그는 전통 기술을 지키며 적극적으로 상품을 개발해 리족 견직물 직조 기술에 더욱 강력한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