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강도 못 뚫었다”…트럼프, 호르무즈의 늪에 빠지나 [이슈+]

“세계 최강도 못 뚫었다”…트럼프, 호르무즈의 늪에 빠지나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세계 최강 수준의 전투력을 갖춘 미군이 이란을 향해 연일 공습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장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의 고속정과 미사일, 드론, 기뢰 등이 여전히 해협에서 상당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 동부시간 오후 2시에 이란에 대한 야간 공습을 6일 연속 개시했다”며 “이란의 군사 역량을 추가로 약화하기 위한 작전”이라고 밝혔다.

이란 역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군은 중동 내 미군을 겨냥한 보복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 측 종전 협상 대표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전날 미국의 공습에 대해 “이란이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종전 합의를 준수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전쟁을 환영한 적도, 앞으로도 환영할 일도 없지만 항상 전투에 대비해야 한다”며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도 다시 급감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케이플러와 보텍사 등의 선박 추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란산 원유를 포함한 최근 7일간 하루 평균 원유 수송량은 지난 15일 기준 387만배럴로 집계됐다.

원유 수송량은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말 하루 약 1900만배럴 수준이었지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지난 5월에는 44만1350배럴까지 급감했다. 이후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발효되면서 지난달 25일에는 하루 약 1700만배럴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최근 양국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되며 MOU 체제가 사실상 붕괴하자 원유 공급이 다시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전쟁이 발발한 지 5개월이 지난 현재 미국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강한 저항 의지를 보이는 이란을 상대로 군사력의 한계를 마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해군협회의 스티브 윌스 애널리스트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위협해 국제유가와 해상 보험료에 영향을 줄 정도의 위협 능력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사들도 미국 해군의 호위를 받더라도 해협 통과를 꺼리는 분위기다. 이란이 상업용 선박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항해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브렌트유 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특히 ‘모기 함대’로 불리는 이란의 소형 고속정과 기뢰는 오래전부터 숫자가 많지 않더라도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도 지난 5월 이를 ‘성가신 수준의 위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케이틀린 탈매지 국가안보 교수는 “미 행정부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로 봉쇄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했다”며 “이란의 무기 체계는 전쟁 이전 예상보다 훨씬 높은 회복력을 보이고 있으며 운용 방식도 더욱 창의적”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완전히 확보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대규모의 군사작전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모진으로부터 지상군 투입 시나리오를 보고받았다는 미국 언론 보도도 나왔다.

프랭크 매켄지 전 미 중부사령관은 지난 4월 인터뷰에서 “미군은 필요하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고 지속적으로 개방 상태를 유지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외교정책연구소의 엠마 솔즈베리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군사작전은 상당한 인명 피해뿐 아니라 세계 다른 지역에서 군사 자산을 빼와야 하는 기회비용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양국간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할수록 글로벌 원유시장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폐쇄될 경우 중동은 물론 개발도상국과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경제가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몇 달이 아니라 몇 주 안에 완전하고 조건 없이 다시 개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전쟁 초기 공급 공백을 메웠던 완충 장치들도 상당 부분 소진된 상태다. IEA에 따르면 회원국들이 지난 3월 발표한 총 4억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SPR) 방출 계획 가운데 이미 약 4분의 3이 시장에 공급됐다. 추가 비축유를 활용할 여력이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만큼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원유 수급 불안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